경제
은행장 꿈꾸던 30대男, 돌연 사표 내고 시작한 일이…
입력 2015-01-31 13:12  | 수정 2015-01-31 17:22

"친구들은 제가 옥장판을 파는 줄 알아요. 돌팔이라고도 하죠.”
스톤가구업체 '리스톤'의 이인재(30·사진) 사장은 요즘 지인들로부터 자주 받는 오해에 관한 얘기부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10년간 해외 유학을 마치자마자 씨티은행에 입사했지만 불과 2년 6개월만에 회사를 관뒀기 때문이다.
돌침대 사업을 하기 위해 잘 나가던 직장에서 제 발로 나왔다는 말에 친구들은 하나같이 "제 정신이냐”라고 물어봤단다. 그는 2011년 씨티은행에서 처음 실시한 해외 인재 채용 프로그램의 1기 직원이었다.
"물론 제 정신입니다. 그리고 제 모든 걸 다 걸고 내린 결정이었어요.”
이제 갓 서른살이 된 '청년 CEO' 이 사장은 지난 28일 인터뷰에서 한국 전통 문화인 온돌을 현대화해 돌침대 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겠다고 당당히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10월 자본금 20억원을 들여 리스톤을 설립한 이 사장은 3대째 개인 사업을 꾸려온 사업가 집안의 둘째 아들이다. 그도 인정했다.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에 일사천리로 회사를 세웠고 20명의 직원을 뽑을 수 있었다고.
"돌침대 사업 아이템을 처음 제안한 분이 바로 제 아버지세요. 그리고 그 제안을 거절할 수 없게 만든 돌에 대한 기술력이 있었기 때문에 앞뒤 가리지 않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리스톤에 단독으로 스톤 매트리스를 공급하는 세화스톤은 이 사장 집안의 사돈이 운영하는 곳으로 국내에서 가장 얇은 10mm 두께로 매트리스를 압축할 수 있는 원석 가공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35년간 원석 가공만을 해 온 세화스톤은 마블키스란 이 공법으로 세계 특허를 받았다.
이 사장은 "1년전 세화스톤은 마블키스 기술력을 국내 한 대형업체에 팔지말지 고민하던 중이었다”며 "하지만 평생 사업가로 살아오신 아버지가 보시기에 해당 기술력을 바탕으로 직접 우리가 돌침대를 만들면 더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하셨고 저 역시 아버지와 같은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대학서 금융을 전공한 후 은행장을 목표로 젊음을 불태웠던 이 사장은 그렇게 리스톤 사장으로 거듭났다.
장수돌침대, 흙표흙침대, 가보돌침대, 동우꽃돌침대 등의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돌침대 시장에서 리스톤의 기술력은 독보적이다. 기존 돌침대의 두께가 2cm가 넘는 상황에서 10mm의 제품은 그만큼 열전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기존 돌침대의 퀸 사이즈에서 온수 난방을 할 경우 1시간 가까이 걸린다면 10mm두께에서는 단 15분이면 뜨끈뜨끈한 열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또"기존 돌침대는 두껍고 워낙 무겁다보니 한 침대에 두 개의 조각판으로 나눠 들어가게 된다”며 "그로 인해 돌판 사이 높낮이차가 생기지만 리스톤 제품은 어떤 침대 사이즈든 한 판으로 맞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리스톤은 이미 포화 상태인 돌침대 시장만을 사업 목표로 하고 있지 않다. 업계에서 처음 선보인 스톤 매트리스에 이어 의자, 테이블 등 전반적인 리빙 가구 생산을 목표로 사업을 확장해 가는 중이다. 막강한 기술력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에 자신감이 넘친다.
"국내 매트리스 시장만 해도 연간 7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했어요. 돌침대는 여기에 비하면 20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죠. 기존 돌침대의 경우 돌침대를 쓰려면 전에 쓰던 침대는 버려야하는 단점이 있지만 리스톤에서는 스톤 매트리스만을 따로 팔기 때문에 사용하던 침대 위에 그냥 얹기만 하면 됩니다.”
스프링 매트리스 교환하듯 스톤 매트리스로 갈아타려는 수요층을 리스톤은 겨냥하고 있다. 이 사장은 또 얇디 얇은 스톤 매트리스를 통해 B2C 뿐 아니라 B2B 시장으로까지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급스럽긴 하지만 너무 비싸 돌침대를 쉽게 살 수 없었던 호텔, 스파, 한의원, 병원, 산후조리원, 노인복지관 등에서 스톤 매트리스 구매 수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는 "무엇보다 무거웠던 돌침대를 가볍게, 또 주로 나이드신 분들이 건강을 위해 찾는다는 '올드'한 이미지를 젊고 세련된 이미지로 변신시켰다고 자부한다”며 "지난 30년간 큰 변화없이 안주해 온 돌침대 시장에 돌풍을 한번 불어넣어 보겠다”고 말했다.
대리점 별 주먹구구식으로 가격을 매겨온 돌침대 시장에서 직영점만을, 그리고 정찰제를 고집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현재 리스톤의 스톤 매트리스 가격은 침대 사이즈와 원석별로 100만원대에서 10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냉온수 난방시스템을 업계에서 처음 적용, 전자파를 완벽하게 차단했음에도 기존 제품 대비 30% 가량 저렴하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미팅 자리에서 제 명함보다는 나이 많은 직원의 명함을 먼저 받거나, 아예 저와는 등을 지고 다른 직원과 사업 얘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어렵죠. 사회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항상 조심스러워요.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저만의 열정과 집요한 끈기로 버텨낼 겁니다.”
초중고등학교 시절 학생회장에 이어 중부의 아이비리그로 불리는 노틀담 대학에서 한인유학생 동문회를 처음으로 꾸려 총무를 자처한 그는 리더로서 매사 앞장서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서른 나이에 단 사장 타이틀이 부담으로 다가올 법하지만 끝까지 청춘의 패기와 사업가 집안의 기질을 뽐냈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