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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에 목마른 김현수 “해외 진출은 욕심이다”
입력 2015-01-27 06:01 
두산 베어스 김현수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있는 스프링캠프장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美 피오리아)=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美 피오리아) 서민교 기자] 감독님이 수유리에서 용 났다고 하시더라.” 신일고 선배인 김태형(48) 두산 베어스 감독이 김현수(27)를 두고 한 말이다. 김현수가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솔직한 입담을 털어놨다. 그 안에는 간절함과 욕심이 공존했다.
김현수는 올해 예비 FA(자유계약선수) 효과로 연봉 7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김현수 스스로도 놀란 최고의 대우였다. 2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있는 두산 스프링캠프장에서 만난 김현수는 한 것도 없는데 FA가 왔다. 구단에서도 잘 해주셔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절대 한 것이 없지 않다.
김현수는 정말 ‘용이 된 국내 최고의 ‘타격 기계로 불린다. 2006년 신고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9시즌간 990경기에 출전해 통산 타율 3할1푼7리 114홈런 650타점 557득점을 기록했다. 100경기 이상을 소화한 2008년 이후 7시즌 동안 무려 6시즌 타율 3할을 넘겼다.
김현수는 올해 예비 FA 시즌이 된 것이 마냥 신기하다. 어느새 후배가 많아져서 놀랐다고. 신고선수 때와 달라진 것은 연봉과 후배가 늘어난 것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한 가지,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것. 그는 FA가 된다고 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한 것 같다”고 했다.
대신 미안한 마음이 생겼단다. 너무 대우를 받으니까 다른 동료들한테 미안한 마음도 있다. ‘FA 프리미엄을 받겠지 했는데 막상 받고 나니까 미안하더라. ‘이렇게 급격하게 올라가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구단에서 성의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게을리 하지 말라는 약을 준 느낌이랄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꾸준함의 대명사인 김현수의 기계적인 타격 비결은 뭘까. 돌아온 대답은 허무했다. 심지어 아직도 타격을 모른다고 하니 너무 겸손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타격은 아직도 모르겠다. 매일 해도 모르는 게 타격이다. 컨디션이 엄청 좋은 날도 안 맞을 때가 있고,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도 잘 맞는 게 타격이다. 그래도 이제 느끼는 것은 컨디션을 좋게 유지해야 타격이 잘 된다는 것이다.”
김현수의 꾸준함은 철저한 자기 관리에서 나온다. 게임에 빠지면 잠을 잊고 눈이 돌아간다”고 말할 정도로 게임 마니아지만, 야구를 위해 학창 시절 밤새 즐겼던 스타크래프트를 시력이 나빠진다는 이유로 뚝 끊었고, 최근에 완벽한 장비를 구비하며 흠뻑 빠졌던 롤(LOL) 게임도 2개월간 담을 쌓았다.
올 시즌 이루고 싶은 목표를 위한 선택. 김현수는 아직 우승 경험이 없다. 한국시리즈 경험만 세 차례나 했으나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특히 2008년 한국시리즈 3차전과 5차전에서는 9회 만루서 끝내기 병살타의 아픈 기억도 갖고 있다. 김현수의 수식어에 ‘초구가 붙은 것도 이때다.
우승은 정말 간절하다. 2007년은 아무 생각 없이 나갔다. 난 비중도 없었는데 잘한 것처럼 비춰졌다. 2008년은 정말 아쉬웠다. 나도 잘했고 스포트라이트도 받았다. 하지만 그땐 너무 나만 믿고 나갔다. 뒤에 있는 동료를 믿지 않았던 것을 후회한다. 내가 팀을 망치고 팀의 우승을 막은 시즌이었다. 지금 다시 돌아가면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얼마나 우승에 목말라 있는지 느껴진다. 그래도 초구 공략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다. 다만 조금 소심해졌다.
초구에 좋은 공이 들어오면 또 칠거다. 예전에 (손)아섭이가 초구에 병살을 치고도 다음날 또 치는 걸 보고 놀랐다고 하더라. 하지만 이젠 한 번은 더 생각하고 들어갈 것 같다.(웃음) 완전 히 한 가운데 아니면 꾹 참으려고 한다. 흥분을 하면 지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상대가 아무리 자극을 줘도 차분하게 해야 이길 수 있다.”
김현수는 예비 FA 효과로 연봉 대박을 터뜨렸으나 훈련에서는 게으른 법이 없다. 사진(美 피오리아)=옥영화 기자
김현수는 올해 욕심이 많다. 그럴 때도 됐다. 우승도 해야 하고 FA 대박도 노려야 한다. 또 해외 진출에 대한 가능성도 활짝 열렸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우승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100승 이상 하면서 압도적인 우승을 하고 싶다. (장)원준이와 니퍼트가 20승씩 하고 홍성흔 선배와 나도 30홈런 3할을 쳤으면 좋겠다. 어디까지 하고 싶은 것은 없는 것이다. FA 이런 것 다 필요 없다. 우승을 해야 한다.”
약간은 덜 솔직했을까. 김현수는 빙긋이 웃음을 짓더니 이내 FA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정리했다. 그는 팀도 잘 되고 FA도 다 잘 되는 걸로 하자”고 속내를 드러내며 웃었다.
다만 내년 해외 진출과 관련해서는 오해가 좀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난 해외 진출을 하겠다고 하진 않았다. 단지 해외 진출을 하면 좋은 것이라고 한 것뿐”이라고 했다. 이어 당연히 해외 진출에 대한 욕심은 많이 있다. 그 전에 올 시즌을 잘해야 한다. 시즌이 끝난 뒤 해외 스카우트들이 좋게 본다면 또 모르는 일이다. 팀을 우승도 시키고 마음 편하게 해외로 갈 수 있다면 가장 좋은 것”이라며 2015년의 청사진을 그렸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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