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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징크스 깬 한국, 행운 없이도 강했다
입력 2015-01-26 19:55 
한국은 2000년 이후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세 번이나 쓴 맛을 봤다. 실력은 있었지만 불운했다. 중압감도 이겨내지 못했다. 그러다 네 번째 도전 만에 결승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사진(호주 시드니)=AFPBBNews=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감격스럽다. 아직 끝나진 않았다. 대회는 결승을 남겨놓고 있다. 우승도 아닌 결승 진출이다. 다소 과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의미있는 승리였다, 압박감을 이겨내고 쟁취한 승리였다. 그 승리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무려 27년을 기다렸다.
강한 모래바람에도 태극전사는 꿋꿋했다. 26일 이라크를 2-0으로 꺾고 아시안컵 결승 진출 티켓을 획득했다. 1988년 대회 이후 27년 만에 밟는 아시안컵 결승이다. 이제 한 번만 이기면 55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다.
55년 만이다. 참 오래됐다. 세 번의 준우승(1972년, 1980년, 1988년)으로 우승을 눈앞에 두고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러나 더 길어진 데에는 지긋지긋한 준결승 징크스 탓도 있었다. 2000년 대회 이후 열린 4개 대회 중 세 번 준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실력 부족은 아니었다. 태극전사의 말처럼 한국은 아시안컵마다 우승권 전력을 갖췄다. 그리고 우승후보로 평가됐다. 그렇지만 그 ‘호평처럼, 그 기대에 걸맞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불운하긴 했다. 지난 2개 대회 연속 준결승에서 승부차기로 패했다. 지독한 불운이었다. 그러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한 이유도 컸다.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큰 만큼, 이를 이뤄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제 실력을 마음껏 펼치지도 못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강했다. 실력도 갖췄고, 정신력도 갖췄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주도권을 쥐고서 의도한대로 경기를 펼쳤다. 전반 10분 넘어 공세를 높이면서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어 골을 넣었다. 전반 10분과 후반 5분 측면 크로스에 대한 수비가 취약하다는 걸 완벽히 공략했다.
내용적으로도 이라크를 압도했다. 이라크는 한국의 끈끈한 경기력에 제 색깔을 펼치지 못했다. 측면 공격이 강점이나 꽁꽁 묶였다. 한국의 골문을 위협할만한 슈팅이 거의 없었다. 이라크로선 한국이 높은 벽 같이 느껴졌을 터다. 한국의 무실점을 깨겠다고 호기롭게 외쳤으나 그런 일은 없었다.

골을 넣어도 한국은 흔들리지 않았다. 들뜨지 않고 침착했다. 제 플레이를 하려고 했다. 그리고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아 추가 득점을 뽑았다. 놀라운 집중력이었다. 그리고 많은 비로 인해 미끄러운 그라운드 상태에서 상대 선수보다 한 발 더 뛰는 정신력과 투지를 보였다 자신했지만 자만하지 않았다. 끝까지 긴장감과 경계심을 유지했다.
그 동안 아시안컵에서 불운했던 한국이다. 행운은 한국의 편이 아니었다. 그 행운이 한국에게 찾아오길 희망했을 터다. 행운도 실력이기에. 그러나 이번엔 행운이 따라주지 않아도 됐다. 진짜 실력과 자격으로 잡은 결승 진출 티켓이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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