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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아시안컵 우승을 부탁해"
입력 2015-01-25 15:38 

55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가 결승 진출 길목에서 이라크와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벌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61·독일)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6일 오후 6시(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스타디움에서 2015 아시안컵 4강전을 치른다. 강력한 우승 후보 이란과 일본이 8강에서 각각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에 승부차기 끝에 패해 탈락하면서 한국의 우승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도 높다.
유리한 쪽은 한국이다. 이라크와의 4강전에서 한국은 1988 아시안컵(당시 준우승) 이후 27년 만에 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한국 역시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하루 일찍 휴식을 취한 덕분에 이라크보다는 몸 상태가 좋다. 이라크 핵심 미드필더 야세르 카심이 이란과의 8강전에서 옐로 카드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한국전을 뛸 수 없다는 점 역시 한국에게 호재다.

한국대표팀의 기성용(25·스완지시티)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카심은 이라크의 공격과 수비를 연결하는 키플레이어다. 매끄럽지 않은 공격과 수비의 연결 과정을 태극전사들이 적극 공략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방심은 금물이다. 한국이 이라크와의 역대 전적에서 6승 10무 2패로 앞서있지만 가장 최근 맞붙은 아시안컵에서는 이라크에 밀려 탈락한 기억이 있기 때문. 2007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이라크와 맞붙은 한국은 승부차기 끝에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된 바 있다.
'애국심'으로 무장한 이라크 선수단이 어느 때보다도 철저하게 동기 부여가 됐다는 점 역시 부담이다.
이라크 미드필더 사드 압둘라미르(23)가 8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이라크 대표팀은 조국과 민족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 2007 아시안컵에서 한국을 꺾고 결승에 올라 우승까지 차지한 이라크는 토너먼트 무대에서만큼은 예상 이상의 실력을 발휘하는 강한 정신력을 갖췄다.
한국의 키플레이어는 역시 손흥민(23·바이어 레버쿠젠)이다.
조별리그에서 무득점에 그친 손흥민은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홀로 2골을 터뜨리며 득점 감각을 회복했다. "호주에 놀러온 것이 아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승하러 왔다”고 주저없이 말할 정도로 손흥민 역시 이번 대회를 향한 동기 부여가 강하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을 상대한 모든 국가들처럼 이라크 역시 손흥민을 집중 견제할 전망이다. 손흥민이 상대 견제를 뚫고 골맛을 보거나, 자신에게 수비가 몰린 틈을 타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줄 때 한국의 승리 확률이 높아진다.
이라크의 주된 공격 루트가 측면 수비수의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라는 점 역시 손흥민의 어깨를 무겁게 만든다.
이라크는 이번 대회에서 상대 측면을 공격한 뒤 크로스를 올리는 전술을 줄기차게 구사하고 있다. 이라크 측면 수비진이 손흥민 공격력에 부담을 느껴 오버래핑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국 수비진의 부담이 줄어든다. 손흥민과 함께 대표팀 왼쪽을 책임지고 있는 측면 수비수 김진수(23·호펜하임)는 "상대 측면 공격수, 수비수의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가 위협적”이라며 "이라크 주요 공격 루트를 책임질 측면 수비수들이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계 대상 1순위는 측면 크로스를 득점으로 마무리짓는 이라크 축구의 영웅 유누스 마흐무드(32)다.
최전방 공격수를 맡고 있는 마흐무드는 2007 아시안컵에서 이라크가 우승을 차지할 때 4골로 공동 득점왕에 오르며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A매치만 132경기를 뛴 마흐무드는 이번 대회에서도 헤딩으로만 2골을 터뜨리며 이라크 공격을 이끌고 있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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