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예능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황당하거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면을 접할 때가 있습니다. TV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과연 현실에서는 가능한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인지 ‘TV법정에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편집자주>
[MBN스타 손진아 기자]
◇ 사건일지
최고 시청률 32.2%를 기록하며 인기리에 방영중인 MBC 주말드라마 ‘전설의 마녀에는 배우 김수미의 역할이 대단하다. 감초 역할을 넘어서 미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김수미는 김영옥 역을 맡아 안방극장의 웃음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극 중 김영옥은 탁월한(이종원 분)에게 첫 눈에 반한 후 설레어하는 모습을 보이며 능글 매력을 뽐내고 있어 시청자들의 폭소를 자아내고 있는 것.
탁월한에게 반한 이후 김영옥은 어느 날, 화장실에 갔다가 방을 잘못 찾아 탁월한의 방으로 들어가게 됐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탁월한이 옆에 김영옥이 누워있는 것을 보곤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김영옥은 손풍금에 끌려 나가는 상황에서도 탁월한의 허벅지를 터치하며 감탄을 자아내는 등 능글맞은 모습을 보였다.
◇ ‘솔로몬 손수호 변호사의 선택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형법 제298조). 이때 추행이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그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폭행을 가하여 반항을 제압한 다음 추행할 수도 있지만, 폭행이 곧 추행일 수도 있다. 이를 ‘기습추행이라 한다. 실제 한 남성이 여성과 동의 하에 춤(블루스)을 추다 갑자기 여성의 한쪽 가슴을 확 움켜쥐었는데, 이때 가슴을 움켜쥔 행위 자체가 상대방 여성에 대한 폭행인 동시에 추행이라고 평가되어 결국 강제추행죄로 처벌받은 사례가 있다.
따라서 김영옥이 탁월한의 의사에 반하여 탁월한의 허벅지를 만진 행위는 그 자체로 폭행이자 추행이므로 형법상의 강제추행에 해당될 것으로 판단된다. 여성만 강제추행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남성도 얼마든지 여성에 의한 강제추행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5호는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성희롱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김영옥이 탁월한에게 내 스타일이야” 심장이 뛴다”라는 이야기를 한 것 자체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성희롱이란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김영옥의 발언만 놓고 보자면 과연 그런 정도에 이른 것이라고 확신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성희롱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비록 똑같은 내용의 표현이라도 말하는 주체, 대상, 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그러한 정황들을 고려하면 성희롱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영옥이 만약 내 스타일이야” 심장이 뛴다”라는 이야기를 탁월한에게 직접 한 것이 아니라 손풍금에게 한 것이라면, 성희롱에 해당할 가능성은 더더욱 줄어들게 된다.
또한 민사책임으로는 김영옥의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인 강제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만약 탁월한이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면 김영옥은 이를 배상하여야 한다. 즉 탁월한은 김영옥을 상대로 자신이 입은 정신적 충격에 따른 손해의 배상을 구할 수 있고, 배상액은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