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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접수’ 린드블럼 “난 공격적이고 선발 문제 없다”
입력 2015-01-23 08:20  | 수정 2015-01-23 10:16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조쉬 린드블럼이 자신의 노트를 펼쳐 한글로 이름을 쓰고 있다. 사진(美 피오리아)=서민교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美 피오리아) 서민교 기자] 2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롯데 자이언츠 스프링캠프장. 롯데 외국인 투수 조쉬 린드블럼(27)이 인터뷰 도중 계속 잿밥에 관심이다.
다름 아닌 한글에 탐닉하고 있는 것. 취재진의 노트북의 로고에 적힌 한글 ‘매경닷컴을 유심히 보더니 매..경..다스..크으음”이라고 또박또박 한 글자씩 읽기 시작했다. 매경닷컴”이라고 읽는다고 했더니 OK 매경닷컴”이라고 다시 반복 학습도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놀라운 광경은 이제 시작. 자신의 노트를 펼치더니 펜을 들었다. ‘바나나라고 순식간에 적더니 자신의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아직은 서툴렀지만, 한글의 과학적인 법칙을 이미 다 이해한 듯했다. 린드블럼은 자신이 적은 한글이 틀리면 두 줄로 긋고 정확한 한글을 쓸 때까지 처음부터 다시 썼다. 대단한 열의. 그가 또 쓸 수 있는 단어는 ‘부산이었다.
린드블럼의 롯데 적응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고작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외국인선수가 한국어와 한글을 제법 쓴다. 외국인선수들이 말보다 글이 빠르기는 쉽지 않은 법. 롯데 해외 스카우트 코치를 맡은 라이언 사도스키가 부럽지 않다.
린드블럼이 한글을 익히려고 열의를 보이는 이유는 단지 한국 문화 적응 때문만은 아니다. 시즌 개막 후 스스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다. 린드블럼은 일주일 전부터 하루에 네 단어씩 외우려고 시작했다. 웬만한 단어는 외우려고 노력 중이다”라며 내 이름도 그렇고 라인업을 보면 상대 이름을 알아야 내가 야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첫인상은 ‘갑이다.
린드블럼은 롯데가 90만 달러에 계약한 우완 정통파 투수다. 린드블럼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경험을 거친 뒤 한국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구속 150㎞가 넘는 강속구에 구종도 다양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토종 선발진이 약한 롯데로서는 린드블럼에 거는 기대가 크다.
린드블럼은 롯데의 일원이 돼서 기쁘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외부에서 온 사람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데 정말 잘 받아주신다. 오기 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잘 받아주셔서 정말 감사히 생각한다. 잘 적응한 것 같다”고 캠프 합류 소감을 밝혔다.

린드블럼은 다양한 장점을 갖춘 선수라고 자평했다. 난 파워와 컨트롤 두 가지 강점을 적절히 갖췄다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빠른 강한 공을 던진다고 평가를 받았다. 내가 가장 자부할 수 있는 것은 상대 타자를 걸어 나가게 하는 사구가 적다는 것이다. 빠른 카운트에 승부로 아웃을 만들어 내는 스타일이다. 그러다 삼진이 나올 수도 있다. 난 공격적으로 승부를 하는 스타일이다.”
린드블럼은 메이저리그 시절 주로 불펜에서 활약했다. 선발보다는 불펜에서의 성적이 더 좋았다. 아직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해 정상적인 선발투수로서의 평가를 내리기 힘들다. 그러나 린드블럼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내 경력은 중간투수가 전부였다. 그런 투수가 선발로 바뀌는 것은 쉽지 않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중간에서 성공을 했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선발로 나름대로 괜찮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기회가 일정하게 오는 것이 아니다. 선발로서 준비를 잘한다면 괜찮을 것 같다. 100~120개를 던지는 내구력을 키울 수 있도록 러닝을 더 많이 하고 긴 시간 동안 던질 수 있는 훈련을 하고 있다. 팀 합류 전부터 몸을 만들었기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것이다.”
린드블럼이 한국행을 택한 이유는 안정적인 생활 때문이다. 린드블럼은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한국에서 생활을 할 예정. 한국에 오게 돼 굉장히 흥분된다. 한국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가족 때문이다. 미국에 있으면 다른 팀으로 옮겨 다니는 일이 많아 함께 지내기 어렵다. 가족이 한국에서 다 같이 뭉쳐 지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가족과 상의해서 결정했다. 또 다른 나라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 기회 자체만으로도 좋은 일이다.”
린드블럼은 부산에 대한 기대감도 갖고 있었다. 이미 유투브를 통해 부산에 대한 공부도 끝냈다고. 린드블럼은 부산이 열정적인 도시라는 것을 알고 있다. 굉장히 재밌을 것 같다. 또 열정적인 롯데 팬들 앞에서 야구를 하면 굉장히 재밌을 것 같다”며 내가 마운드에 올라갈 때마다 팀이 이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내 역할은 최소한의 실점으로 막아내는 것이다. 이기고 지는 것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없지만, 타자 한 명, 한 명을 컨트롤 할 자신은 있다”고 말했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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