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반(反) 이슬람단체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페기다)' 대표가 경솔한 언행으로 사퇴했다.
페기다를 이끌어온 루츠 바흐만이 대표직을 비롯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슈피겔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바흐만은 이날 낮 페기다 지도부 회의에서 자신의 사임 의사를 밝혔고, 이를 다른 참석자들이 수용했다.
앞서 바흐만은 콧수염을 하고 머리카락을 왼편으로 빗어넘겨 붙이는 등 나치 지도자 히틀러의 외양을 흉내내 찍은 자신의 사진을 과거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또한 페이스북 글에서 난민을 '쓸모없는 인간', '오물 덩어리', '귀찮은 동물'로 지칭하는 등 비하한 사실도 드러나 큰 비판을 샀다.
페기다는 바흐만의 사퇴가 히틀러 흉내 사진이 아니라 난민 비하 발언이 원인이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트린 오어텔 페기다 대변인은 "난민 비하 발언은 지나쳤지만 히틀러 흉내 사진은 농담과 풍자 차원으로 모든 시민의 권리”라며 "바흐만의 사퇴에도 페기다 활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페기다 운동의 거점 도시인 드레스덴 검찰은 바흐만을 국민사주·혐오 선동 혐의로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도이치벨레가 보도했다. 지그마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도 "누구든 히틀러 행세를 하는 사람은 바보 아니면 나치”라며 "합리적인 사람은 바보를 따르지 않고, 품위있는 사람은 나치를 추종하지 않는다”라고 바흐만을 비판했다고 BBC는 전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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