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발 빠른 부자들 금·미술품·원유 ‘찜’
입력 2015-01-22 04:02 
서울 강남에서 금거래소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알고 지내던 치과의사 B씨에게 1㎏짜리 골드바를 팔았다. 2011년 트로이온스당 1899달러에서 고점을 찍고 추락하던 금값이 반등 기미를 보이자 호시탐탐 투자 기회를 엿보던 B씨가 5000만원 가까운 거금을 들여 베팅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11월 트로이온스당 1142달러로 바닥을 찍은 금 시세는 20일 현재 1294.2달러까지 반등했다. A씨는 장기적으로 금값이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는 자산가가 많아 앞으로도 골드바 판매가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초저금리에 불확실한 증시 환경까지 겹치면서 뚜렷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큰손들이 금, 미술품, 원유를 비롯한 실물자산 투자에 나서고 있다. 연 1%대 예금금리에 싫증을 느낀 자산가들이 위로 꿈틀대는 실물자산 가격표를 보고 지금이 투자 적기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2013년 704㎏ 수준이었던 한국금거래소 금 출하량은 지난해 1383㎏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 달 만에 381㎏이 팔렸다. 한국금거래소는 금 소매상과 은행에 금을 대량 공급하는 도매상 노릇을 하는 곳이다. 그만큼 각지에서 금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는 얘기다.
우리·국민·신한은행을 비롯한 금융사 영업점도 잇달아 금 영업에 뛰어들었다. 금을 소액으로 사려는 중산층 발길도 덩달아 늘었다. 지난달 국민은행이 판 금괴 중 100 이하 소액 골드바 비중은 94%에 달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이 고액 자산가 투자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술품 경매시장에서도 비슷한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미술경매업체 8곳을 통해 경매시장에 들어온 투자액은 970억원으로 전년(720억원) 대비 35% 늘었다. 최근에는 중산층 대열까지 미술품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미술경매업체 서울옥션은 28일 500만원 안팎에서 낙찰가가 정해지는 ‘마이 퍼스트 컬렉션(My First Collection) 행사를 연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처음 미술경매에 뛰어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인데 벌써부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1년 새 반 토막 난 원유가격에 베팅하겠다는 자산가들 움직임도 활발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파는 원유 상장지수펀드(ETF)의 지난해 1월 일평균 거래량은 4445주에 불과했지만 올해 1월에는 176만4437주로 수직상승했다. 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유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가 퍼지고 있어 자산가들이 원유를 유력 투자처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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