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공안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재심에서 36년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영화감독 여균동 씨(57)에게 형사보상 결정이 내려졌다.
15일 서울고법 형사10부(권기훈 부장판사)는 여씨에게 형사보상금 4600만원과 형사비용보상금 150만원 등 총 475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여씨는 무죄판결이 확정된 형사사건으로 인해 1978년 12월 9일부터 1979년 7월 17일까지 221일간 구금을 당했다”며 "1일 20만8400원의 비율로 총 4605만원을 형사보상금으로, 재심사건의 내용, 사안의 난이도, 사건처리에 소요된 시간 등을 고려한 소송수행비용을 150만원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1977년 11월 서울대 인문계열 1학년에 재학 중이던 여씨는 독재정권에 맞서 학내에서 시위를 벌였다. 도서관에 들어가 의자 등으로 출입구를 막고 '선구자' '정의가' 등의 노래를 부르다 긴급조치 9호(유신반대 시위 및 보도 등 금지 등) 위반 혐의로 이듬해 기소됐다. 여씨는 1979년 3월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여씨는 지난해 2월 이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같은해 4월 재심개시를 결정했다. 여씨에게는 결국 3개월 뒤 무죄가 확정됐다. 재심 재판부는 "위헌·무효인 대통령긴급조치 9호를 적용해 공소가 제기된 사건의 공소사실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범죄가 되지 않는다”며 "원심이 긴급조치의 위헌성에 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시했다.
여씨는 1994년 '너에게 나를 보낸다'로 청룡영화제 신인상을 수상했다. 1995년에는 '세상 밖으로'를 통해 감독 데뷔를 하면서 대종상 신인감독상도 거머쥔다. '여섯 개의 시선' '초록물고기' 등을 연출·기획했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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