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취업에서 필수 자격증으로 여겨졌던 금융3종 시험이 폐지됨에 따라 취업준비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금융사들 일부는 자격증 유무가 합격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취업 준비생들은 이력서에서 자격증란만 사라졌을 뿐이라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금융3종(투자상담사) 시험이 폐지되고 응시자를 금융사 직원으로 제한한 '금융투자 판매 적격성 인증제도'가 도입됐다.
지난해 4월 금융투자협회는 '취업준비생 부담을 완화 하겠다'는 취지로 '펀드·증권·파생상품 투자상담사' 시험 응시를 지난 12월까지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취업 준비생들이 겪고 있는 혼란이다.
금융권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A씨는 "펀드투자상담사에 1회, 증권투자상담사에 2회 응시했지만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다”며 "금융 3종 시험 응시가 제한되고 이력서에 자격증란이 삭제되더라도 면접에서 관련 내용을 묻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금융권 취업 준비를 시작한 B씨는 "하나를 없애도 다른 하나가 생기는 것이 취업시장이라 금융3종 폐지는 의미가 없다”며 "어차피 경쟁력을 갖추려면 다른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융 3종 자격증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AFPK, CPA(공인회계사), CFA(국제재무분석사), FRM(국제재무위험관리사) 등 난이도가 높은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이 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금융사는 자격증란 폐지가 금융 3종 폐지 이전부터 시행됐기에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지원자의 역량을 파악하기 위해 논술, 토론, 인성면접, PT면접, 자기PR면접 등을 실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 인사담당자는 "금융업 지원자로서 열의를 파악하기 위해 면접에서 경제 지식을 묻는다”면서도 "자격증과 관련된 심도 있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도 "자격증란과 경제적 지식에 연연하지 않고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한다”면서 "자격증에 연연하기 보다는 취업 트렌드를 잘 읽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자격증란이 없더라도 자격증 취득 여부를 자기소개서에 밝히면 이점이 있느냐라는 질문엔 "자격증란의 폐지 이유는 자격증에 가점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자칫 회사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자격증란 폐지가 금융권 취업 시장의 추세라는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 KDB대우증권 등 증권사 측도 채용 과정에서 자격증에 대해 우대되는 사항은 없다며 합격을 결정짓는 요소가 고스펙만은 아니라고 밝혔다.
자격증란이 존재하는 금융기업의 한 담당자는 "금융 3종 시험의 경우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대다수의 학생들이 보유하고 있어 변별력이 없었다”며 "자격증이 상위 자격증으로 대체됨으로써 취업이 아닌 실제 금융권에 관심도가 높은 인재를 선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동석차일 경우 자격증이 있다면 금융업계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판단돼 우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법적으로 기업 채용 절차를 강제할 수 없기에 취업준비생은 취직을 희망하는 기업에 대해 충분한 선행 조사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박진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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