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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방송비하인드] 주부 홀리는 아침드라마, 제목의 법칙은?
입력 2015-01-08 13:44 
하나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까지 이를 만들기 위한 이들의 땀과 수고 노력들이 들어갑니다. 완성된 작품에서는 미처 볼 수 없었던 이들의 노력과 고충, 혹은 촬영장에 있었던 다양한 에피소드 등 TV를 통해 들려주지 못했던 TV 속 다양한 뒷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이다원 기자] 주부들을 홀리는 아침드라마들은 제목 짓는 것부터 그들만의 법칙이 있다. SBS ‘황홀한 이웃 ‘청담동 스캔들 MBC ‘폭풍의 여자 ‘모두다 김치 등 인기작들을 살펴보면 알 듯 모를 듯 묘한 동질감이 풍기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 ‘황홀한 이웃과 ‘모두다 김치 제작진에게 물었다.

대체 어떤 법칙이 있는 겁니까?”

◇ 법칙 1. 주부 판타지를 건드려라

아침드라마는 주부가 타깃이라 제목으로 이들의 판타지를 건드려야 한다. 자극적 소재와 권선징악, 인과응보 식 결말, 백마 탄 왕자와 남편에게 버림받은 주부의 로맨스 등이 반복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물며 듣자마자 한번에 귀에 꽂혀야하는 제목은 오죽하랴.

‘황홀한 이웃의 경우 원제가 ‘그대는 나의 인생이었다. 원제도 무난했지만 ‘황홀한 이웃만큼 무언가 많은 얘기를 담고 있으리란 느낌은 받기 어렵다. 한 제작관계자는 내용과 관련된 제목 몇 개를 후보로 올리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주부들의 판타지를 건드릴 수 있고, 한번 들으면 뇌리에 박힐 수 있는 제목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 법칙 2. 의외의 단어들로 묘한 분위기 만들어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의 조합으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이를테면 ‘황홀한이란 단어에 굉장히 많은 뜻이 내포돼 있다. 또한 ‘이웃이란 단어와 어우러지면서 ‘황홀한 이웃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한다.

이 작품 관계자는 ‘당신은 내 사랑이란 종류의 제목들은 어떻게 드라마가 전개될 것이란 게 뻔히 드러나 보고 싶은 마음을 자극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게 말이 돼?라고 생각하는 제목들이 더욱 많은 얘깃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무슨 사건이 일어날 것만 같은 단어, 나중에 결말을 보면 ‘아~이래서 제목을 이렇게 지었구나라며 이마를 탁 치게 만드는 퀴즈같은 느낌도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법칙 3. 라임이 생명, 글자 수를 지켜라

아침드라마는 특히 제목의 글자 수에 민감하다. ‘모두다 김치 김흥동 PD는 제작자 사이에서 불문율처럼 내려오는 얘기가 ‘흥행작 제목은 다섯 글자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외우기가 쉬워서 그런 것 아니겠나”라고 귀띔했다. 이어 대부분 ‘형용사+명사 혹은 ‘명사+형용사의 형식을 띤다. 굉장히 입에 착 붙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아침드라마는 거의 두 단어로 이뤄져 있다. ‘OOO+XX 형식이 대부분이다. 아침 시간대 집안일 하랴, 출근하랴 굉장히 바쁜 주부들이 한번만 들어도 잊지 않을 수 있게 최대한 라임을 맞춘다는 게 방송가 설명이다. 게다가 다섯 글자가 안 되면 억지로 맞추려 하거나, 여러 제목을 들고 점집을 찾아가 무속인에게 결정해달라고 한다는 등 비화만 들어도 제목에 얼마나 목숨을 거는지 알 수 있다.



◇ 법칙 4. 영어는 ‘NO, 줄임말도 다시보자

아침드라마 제목엔 영어는 절대 쓰지 않는다. 귀에 꽂히지 않을뿐더러 의미도 반감되고, 잘 외워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대신 이들이 최근 들어 고려하는 사안이 있다. 바로 제목의 줄임말이다.

한 제작관계자는 요즘 줄임말이 유행이라 제작진도 제목을 놓고 봤을 때 줄이면 어떤 느낌이 나나 확인한다. 재밌는 줄임말이 나올 것 같은 제목이면 아무래도 홍보에 좋지 않겠느냐”고 털어놨다. 이어 시청자에게 직감적으로 느낌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해서 영어보다는 한글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 법칙 5. 강렬하게, 그러나 너무 강렬하진 않게!

강렬해야하지만 너무 강렬해서도 안 된다. 모순적인 말이지만 자극적인 단어를 쓰되 내용보다 더 시선을 빼앗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후속드라마에 잔상을 남기지 않을 정도로 적절한 화제성을 갖춰야 한다.

김흥동 PD는 아침드라마 내용은 반복되는 전개가 많다. 등장인물의 신분과 처지만 바뀔 뿐, 전개되는 건 늘 비슷하다”며 그래서 아침드라마 제목이라면 방송 당시엔 사람들에게 자주 거론될 정도로 파격적이지만 종영과 동시에 쉽게 잊혀지는 제목이어야 한다. 그래야 후속 드라마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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