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돈 뽑아 물품 보관함에 넣어라”보이스피싱 일당의 황당 수법
입력 2015-01-07 15:52 

경찰청·금융감독원을 사칭해 '개인정보가 도용됐으니 계좌에서 돈을 뽑아 물품보관함에 넣어두면 금감원 안전금고에 관리해주겠다'며 피해자를 속이고 돈을 뜯어낸 보이스피싱 일당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7일 서울 중랑경찰서는 이같은 수법으로 577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국내 총책 조 모씨(46)와 지하철 보관함에서 현금을 꺼낸 인출책 윤 모씨(48)를 구속했다.
이들 일당은 지난달 12일 피해자인 전직 교사 A씨(72)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청을 사칭해 "당신의 개인정보가 도용돼 수사 중인데 은행 계좌에 있는 돈이 모두 인출될 수 있다”고 협박했다. 이어 "계좌에 있는 돈을 인출해 지하철 물품보관함에 넣어두면 금감원 직원이 직접 돈을 꺼내 안전금고에 관리해줄 것”이라고 전하고, 곧바로 금감원을 사칭한 전화까지 걸어 A씨를 속였다.
불안해진 A씨는 은행에 가서 적금을 깨 마련한 현금 3000만원을 오전 10시40분께 서울 중랑구 지하철 7호선 중화역 물품보관함에 넣었다. 또 30분 뒤 마이너스 통장으로 인출한 2770만원도 물품보관함에 넣었다. A씨와 통화하며 돈을 넣은 물품보관함 번호와 비밀번호를 확보한 조씨 일당은 오전 11시 40분께 이 돈을 꺼내 서울 관악구에서 기다리던 송금책에게 전달했다.

대포 통장에 돈을 입금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현금을 직접 지하철 보관함에 넣게하고 이를 빼가는 것은 신종 수법이다.
경찰은 "대포 통장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계좌 하나를 구하는 데 70여만원이 들기 때문에 발각될 우려도 적고 비용도 안 드는 지하철 물품보관함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송금책 등 공범의 행방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선족인 조씨와 윤씨는 취업 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뒤 범행 건당 각각 100만원과 20만원 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중국 현지 총책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을 송금책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물품보관함에서 돈을 찾을 때 모자 달린 점퍼, 모자, 마스크까지 준비해 눈만 내놓은 채 얼굴을 가렸고, 버스와 택시를 갈아타면서 이동하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전했다.
[백상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