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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리뷰] ‘워킹걸’ 시작은 발칙하나, 그 끝은 무난하리라
입력 2015-01-04 15:02  | 수정 2015-01-04 17:06
성인용품숍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여자의 발칙한 연기는 충분히 도발적이지만, 결국은 기존 사회의 가치관에 편입되는 결말이 지나치게 무난하다.


[MBN스타 박정선 기자] 영화 ‘워킹걸은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낸 코미디 장르의 작품이다. 하루아침에 회사에서 해고당한 커리어우먼 보희(조여정 분)와 폐업 일보 직전의 성인용품숍 CEO 난희(클라라 분)가 만나 펼치는 엉뚱하고 후끈한 동업 스토리를 그린다.

배경이 성인용품숍인만큼 영화는 충분히 발칙한 요소들로 가득하다. 성(性) 전문가 난희를 만난 보희는 오르가즘을 경험하고 여성으로서 새롭게 태어난다. 이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음지에 있던 ‘성이라는 단어를 양지로 꺼내는데 성공한다.


두 여성이 그리는 이야기 속에는 한국 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을 직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회에서 주목 받는 여성이 되기 위해서는 남자보다 더 열심히 일을 하거나, 혹은 성적 매력을 어필해야 한다는 현실을 이분법적으로 보여주며 더욱 강렬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성인용품숍을 무대로 고지식한 사회를 향해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보는 이들로 통쾌함을 선사하기도 하고, 성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태도를 보임으로써 각각의 위치에서 조금 더 주체적인 여성으로 거듭나며 유쾌함까지 전한다.

하지만 이 발칙한 도발의 결말은 지나치게 안정적이다. 늘 일 생각뿐이던 보희의 경우, 잦은 야근으로 인해 남편 강성(김태우 분)과의 잠자리는 늘 뒷전이었던 과거를 버리고 진정한 즐거움을 찾았지만 결국 또 한 번 일과 가족이라는 이분법적인 선택에 마주하게 된다. 기껏 사회의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난 그녀에게 던져진 마지막 선택은 영화가 그간 이끌어오던 분위기를 한 번에 망가뜨릴 정도다. 결국 도발적으로 시작된 문제제기는 기존 사회의 가치관에 편입되면서 아쉬움을 남기고 끝낸다.

사실 보희 캐릭터 자체는 처음부터 가족에 대한 애정이 없는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일과 가정 중 하나를 택하라는 식의 결말은 보희에게 ‘일을 하면 가정에 충실할 수 없다는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조여정의 과감해진 섹시 코미디 도전과 무심한 듯 영민하게 연기를 펼치는 김태우, 정범식 감독의 페르소나인 고경표, 충무로 신스틸러 라미란, 배성우 등이 선보이는 유쾌한 에너지는 충분히 관객들을 사로잡았지만 마지막 결말이 이 시대를 사는 여성들에게 진한 아쉬움을 남긴 셈이다. 오는 7일 개봉.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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