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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V피플] 유재석, 국민MC가 걸어온 길
입력 2015-01-03 15:22 
TV 속 다양한 연기와 입담으로 대중들을 웃고 울리는 이들에게도 그들만의 인생 드라마는 존재합니다. TV에 등장하는 다양한 이들의 인생과 희로애락을 재조명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합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금빛나 기자] 스스로 싸구려가 되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모두들 내 연기를 보고 웃을 거라는 자기 최면을 걸고 나니까 정말 그렇게 되던데요” (1997년 09월 30일 경향신문, 유재석의 첫 인터뷰)

2014년 12월27일 KBS 연예대상이 성대하게 열렸다. 이날 대상후보는 그 어느 때보다 쟁쟁했다. ‘우리동네 예체능을 이끌어온 강호동, ‘개그콘서트 ‘1박2일 등 유독 공로가 컸던 김준호, ‘밥상의 신 ‘미스터 피터팬 신동엽, ‘해피투게더 ‘나는 남자다 유재석,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 이경규, ‘1박2일 차태현 등 총 6명이 후보로 오른 것이다.

마지막까지 대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가운데, 명예의 대상은 ‘국민MC 유재석에게 돌아갔다. 2001년 첫 선을 보여 어느덧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해피투게더의 MC 자리를 지켜준 공로와, 신설 예능 ‘나는 남자다를 이끌어준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대상을 전혀 예상한지 못한 듯 상을 받은 유재석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 서려 있었다.

몰랐다. 많이 받아봤지만 정말 몰랐다.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당황하던 유재석은 프로그램 시청률이 저조하고 관심 받지 못해 폐지되는 것은 가슴 아프다. 함께 해 주었던 ‘해피투게더3와 ‘나는 남자다 스태프, 그리고 가족 분들과 사랑하는 나경은 씨 등 너무 고맙다. 그리고 어디선가 디제잉하고 있을 박명수, 나 대상 받았다”고 수상소감을 이어갔다. 수상의 기쁨을 전한 유재석이었지만 9년 만에 돌아온 대상에 감격한 듯, 그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그리고 유재석은 이틀 뒤인 29일 진행된 2014 MBC 방송연예대상에서도 명예의 대상을 받았다. 이날 MBC 방송연예대상은 이례적으로 시청자 문자투표를 통해 ‘시청자들이 꼽는 대상을 시도했고,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대중의 관심은 ‘누가 대상을 타느냐가 아니라 ‘누가 유재석의 대항마로 나설 수 있을까에 자연스럽게 집중됐다. 그 만큼 유재석은 ‘감히 건드리기 힘든 강력한 대상후보였고, 결과는 모두의 예상 그대로였다.

비록 2014 SBS 연예대상의 대상 자리를 이경규에게 넘겨주면서 ‘대한민국 최초 방송3사 연예대상 석권이라는 타이틀을 얻어내지는 못했지만, 유재석을 향한 대중들의 반응은 모두 같았다. 2014년 유재석의 수고에 대해 대중은 환호하고 공감했으며, 어떤 이들은 유느님(유재석+하느님, 유재석의 별명)이라 부르기 마땅하다”고 그를 행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도 했다.

유재석이 대상을 수상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대중은 유재석에게 깊은 신뢰를 표하고 있다. 이는 ‘유재석이라는 이름 세 글자에 따라 붇는 수식어 ‘국민MC ‘국내 유일 안티 없는 연예인 ‘자기관리의 1인자 등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 같은 유재석의 쾌거는 짧은 시간에 이룩한 것이 아니었다. 오랜 세월동안 방송에 몸 담아온 유재석은 한결같이 겸손하고 성실했으며, 자신의 자리에서 게으름 피우지 않고 최선을 다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유재석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실력에 있다. 재치 있는 입담과 순발력, 능수능란한 진행 실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할 정도이며, 개그맨 출신인 만큼 꽁트 연기력 또한 출중하다. 인성과 실력, 여기에 무명의 세월을 견뎌낼 줄 아는 인내심을 갖고 있는 유재석이 국내 1인자가 된 것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 자명한 일이었다.

현재는 날고기는 유재석이지만 그에게도 혹독했던 무명시절은 존재했다. 91년 제1회 KBS 대학개그제를 통해 스무 살 최연소 KBS 공채 개그맨으로 합격한 유재석이었지만 어린 나이 일찍 성공을 맛봐서인지 데뷔 초 다소 건방진 인물로 소문이 나 있었다. 과거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묵은 때를 벗기길 바라 특집 당시 유재석은 자신의 신인시절에 대해 철이 없었고, 교만했다”며 지난날을 회상하기도 했다. 여기에 카메라 울렁증은 신인의 유재석에게 큰 걸림돌이었다. 카메라 울렁증으로 시청자들을 웃기기에 실패한 개그맨 유재석은 오랜 세월동안 동기들의 전성기를 지켜봐야만 했다.

넌 도대체 연예인이 됐는데 왜 TV에 안 나오냐”는 말을 자주 들었다는 유재석은 열등감 때문에 TV를 보고 있기도 힘든 시기도 있었다. 무명으로 인해 암울했던 20대의 청년 유재석은 계속 일이 풀리지 않자 딱 30살까지만 방송계에서 열심히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기술이라도 배워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만약 지금의 팬들이 들었으면 깜짝 놀랄만한 소리지만 그만큼 20대 유재석에게 무명의 시간들은 혹독했다.

그런 그에게 기회를 준건 KBS2 예능프로그램 ‘서세원쇼였다. 당시 고질병인 카메라 울렁증은 계속됐지만, 시선도 한 곳에 못 맞추고 손도 벌벌 떨면서도 유재석은 특유의 입담을 자랑했고 순식간에 인기스타로 주목받게 된다. ‘서세원쇼의 자랑거리였던 코너 ‘토크 박스의 역대 결산에서 토크왕 1위를 차지했을 정도였다. 이는 길었던 무명의 끝을 알리는 순간이기도 했으며, 훗날 유재석 앞에 펼쳐질 ‘국민MC를 향한 길의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기도 했다.

‘서세원쇼를 통해 주목을 받은 유재석은 이 시기 꽁트 코미디 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하게 된다. 지금은 ‘무한도전의 회사생활 콩트 ‘무한상사에서 유부장 역할을 맡고 있는 유재석이지만 과거는 깐족거리며 남의 약을 올리는 찌질이거나 혹은 게으르고 나태한 백수 등 무능력한 인물을 주로 연기해왔었다.

이 시절 유재석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이는 바로 메뚜기이다. 리포터로 활동할 때 직접 메뚜기 탈을 쓰고 나왔던 유재석의 모습은 사람들 뇌리에 강하게 남았고, 그 자신은 남 보기 부끄러워 그만둘까 생각도 많이 했다고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밀레니엄 시기인 2000년대는 개그맨 유재석이 방송인 유재석으로의 변신을 꾀하던 시간이다. 2000년 방송된 MBC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의 한 코너였던 ‘60년을 이어라의 진행을 맡았던 유재석은 본격적으로 MC로서의 자질을 자랑하기 시작한다. 유재석이 본격적으로 MC로 이름을 알린 것은 2001년 방송된 MBC의 ‘목표달성 토요일의 코너 ‘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이하 ‘동거동락)이었다. 유재석은 ‘동거동락을 통해 개그맨이라는 이미지에서 MC로의 변신을 알렸으며, 더 나아가 유재석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기도 했다.

유재석의 기세는 KBS2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MC 대격돌의 ‘위험한 쿵쿵따와 ‘위험한 초대로 이어졌다. 또 다른 국민MC 강호동과 호흡을 펼쳤던 유재석은 까불대고 깐족거리다가 옆에 있는 강호동에게 처절한 응징을 받는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공포의 쿵쿵따는 유재석을 국민MC에 한발 더 성큼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여담이지만 이 ‘공포의 쿵쿵따는 유재석 뿐 아니라 강호동 역시 인기 MC로 발 돋음 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공포의 쿵쿵따 이후 유재석은 MBC 예능프로그램 ‘느낌표 SBS ‘실제상황 토요일-X맨 KBS2 ‘해피투게더 등 맡는 프로그램마다 큰 사랑을 받으며 승승장구 하게 된다. 그리고 2005년 유재석은 대망의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모체가 된 ‘무모한 도전을 이끌면서 본격적인 전성시대의 문을 열었다. 2005년은 여러모로 유재석에게 의미가 깊다. ‘무한도전을 첫 시작한 해인 동시에 그에게 최초로 연예대상의 대상 트로피를 선사해준 해이기 때문이다.

2005 KBS 연기대상에서 ‘해피투게더-프렌즈로 대상을 받은 유재석은 이후 2006, 2007, 2009, 2010년 ‘무한도전과 ‘놀러와로 MBC 방송연예대상 대상 수상, 2008년, 2009년은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로 2011년, 2012년은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으로 SBS 연예대상까지 가져가면서, 무관에 그쳤던 2013년 이전까지 매 해 지상파 3사 연예대상을 모두 수상하는 주인공이 된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유재석이 지상파 3사 연예대상을 석권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시청자들이 유재석의 진행 스타일을 크게 선호했다는 것이다. 무명시절을 통해 겸손을 배운 유재석은 출연자에 대한 공격과 무시대신 겸손과 배려를 바탕으로 한 자신을 낮추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에 그의 특유의 깐족거리는 장난은 호감으로 넘길 수 있을 만큼 유쾌하며, 연이은 동료 방송인들의 인성에 대한 칭찬은 호감에 호감을 더하는데 일조한다.

취재진 사이에서도 유재석에 대한 평은 상당히 호의적이다. 형식적이면서 건성건성 답하는 다른 연예인들과 달리 인터뷰나 취재시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답변태도이기 덕분이다. 실제 유재석은 기자간담회 당시 모든 일정이 끝난 후 취재석에 찾아와 기자들 한 명 한 명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돌아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방송인생에 있어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유재석, 무명의 설움과 초심을 잃지 않은 한 국민MC의 명예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저는 주변에서 아는 사람들이 스타가 되고, 또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것을 너무나도 많이 봐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가 지 느낀 점은 뜨고 나서 변했다는 사람들을 제 주변에서 많이 봤는데, 저는 정말 그런 사람이 안 되리라고 다짐을 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항상 겸손하고, 항상 이 모습 그대로 노력하고, 항상 솔직하고, 항상 성실하게,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삶을 진지하게 바라볼 줄 아는, 그래서 진정한 웃음을 만들 수 있는, 그런 개그맨이 되겠습니다.(2001년 MBC ‘아름다운 얼굴-유재석의 셀프카메라 中)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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