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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배우 임시완 “‘미생’, 내 연기 밑천 드러난 작품”
입력 2015-01-03 14:03 
[MBN스타 유지혜 기자] 가수보다는 배우라는 타이틀이 더욱 익숙한 임시완. 2013년에는 영화 ‘변호인으로 대박을 치더니, 2014년에도 일을 냈다. tvN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로 또 다시 열풍의 주인공이 된 것. 운이 좋다고 하기엔 이 친구, 대답 면면이 옹골차다. 단순히 운으로 완성된 커리어가 아님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임시완은 tvN 드라마 ‘미생에서 프로바둑입단에 실패한 후 원인터내셔널에 입사해 ‘을의 고군부투를 그려내는 주인공 장그래 역을 맡았다. 차분한 내레이션과 호연으로 많은 이들의 호평을 자아내는 일등공신이 됐다. 그런 임시완은 지난 12월26일 있었던 서울 마포구 한 음식점에서 열린 공동인터뷰 장소에 나타나 포상휴가지인 세부에서 서울로 날아온 지 얼마 안 됐다”며 종영 소감을 밝혔다.

제가 이 드라마를 찍기 시작할 때에는 제가 장그래라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공감대를 자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하는 행동 하나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시청자들을 보며 ‘절대다수의 시청자들이 장그래라서 공감을 얻어냈다는 생각이 밀려들었다. 나중에는 제가 장그래라고 말하기 오히려 죄송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이 드라마를 보고 공감을 느꼈던 모든 시청자들이 장그래였다.”

그러면서 임시완은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이 상사들이 다 자신이 오 차장(이성민 분)이라고 말하는 걸 들어야 하는 게 ‘미생의 가장 안 좋은 점이라고 하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자신은 시청자들보다 장그래에 비할 바가 못 된다고 손사래 치던 임시완. 하지만 이리 저리 치이면서도 살아가려 발버둥치는 장그래의 절박함은 아무리 봐도 경험 없이는 나올 수 없는 표현이었다. 임시완은 이에 사실 저 또한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제가 드라마 초반에 말씀드렸던 게 있다. 연예계 생활에서 굳이 내가 있어야 하는지 의문을 많이 가졌고, 가수로 데뷔했을 당시에도 바둑으로 치자면, 필요하지 않는 돌과 같다는 인식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그 경험이 장그래의 상황과 맞닿아있어서 연기하면서 그 때를 많이 떠올렸다. 저는 지금도 제가 필요한 돌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다만 데뷔했을 때보다는 그래도 할 수 있는 게 많아졌다는 안도감이 생겼을 뿐이다. 제가 필요한 돌이라고 생각지 않기 때문에 행여나 제가 몸담고 있는 이 세계에서 제가 필요치 않는 때가 오더라도 덤덤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고, 꾸준히 그 준비를 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자신에게 장그래로서의 싱크로율에 점수를 주자면 몇 점이나 줄 수 있을까. 임시완은 극중 저와 가장 닮은 캐릭터는 물론 장그래”라고 말하면서도 물론 세상의 모든 직장인 분들보다는 못하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저는 고민할 것도 없이 제일 비슷한 캐릭터는 장그래가 맞다. 다만 거의 100%에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100%에 가깝다는 말을 하기 죄송하다. 그래도 근 4개월 정도, ‘미생 프리퀄을 포함해 약 5개월을 장그래로 살아왔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 면에서 후한점수를 주자면, ‘제 점수는요~(웃음) 그래도 80점은 주고 싶다.”

자신에게는 80점이라는 다소 ‘박한(?) 점수를 줬지만, 이미 오 차장 역할을 맡은 대선배 이성민으로부터 극찬을 받을 만큼 인정을 받았다. 이성민은 제작발표회 당시, 감독님에 착한 배우를 뽑아야 한다”며 임시완을 추천했다는 일화를 전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임시완은 선배 이성민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우선 이성민 선배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다른 무엇보다 인성적으로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미생은 철저히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고, 그걸 표현하려면 ‘사람다운 사람이 연기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착한 배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면 사람 사는 얘기에 공감을 표현하는 것에 애로사항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사람 냄새나는 배우를 원하셨던 것 같다.”

이처럼 선배 이성민에 ‘사람 냄새 나는 배우로 꼽힌 임시완은 어떻게 ‘미생에 합류하게 됐을까. 장동우 역으로 출연한 MBC ‘트라이앵글의 종영이 7월인데 ‘미생 촬영이 8월 즈음부터 시작했으니 쉬는 틈이 거의 한 달도 안 된 셈이다. ‘미생의 무슨 매력 때문에 쉴 새도 없이 드라마에 합류하게 된 건지 임시완에 물었다. 그는 의무감이 들었다”는 대답을 했다.

저는 장그래의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미생의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의무감,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모든 작품의 성공의 척도가 시청률이나 관객 수는 아니겠지만, 시청률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시청률 면으로 성공하지 않았더라도 장그래를 표현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그렇게 임시완도 만족했던 ‘미생은 방영 내내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 요르단 촬영 부분은 단연 화젯거리였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엔딩으로 적절했다는 의견과 다소 엉뚱했다는 의견으로 양분됐다. 이에 대해 임시완은 요르단 장면은 일종의 선물”이라고 표현하며 요르단 장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요르단 장면은 시청자들에 주는 판타지 요소의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드라마에서 가장 비현실적이고 드라마틱한 부분이 요르단 장면이다. ‘미생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상식적으로 장그래로서 할 수 없을 거라 여겼던 것을 하고 있지 않나. 차에 부딪혔는데 달리고 있고, 피가 나는데도 계속 달리고.(읏음) 그런 부분이 비주얼적으로도 눈이 즐겁고, 카타르시스까진 아니지만 대리만족 정도를 선사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또한 현실적으로 처절하고 안타까웠던 장그래가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나 멋있어지고,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면 많은 분들에 힘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비현실적으로 멋있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미생을 통해 애처로움의 끝을 달리다 마지막에는 슈퍼맨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까지 보였던 임시완은 도리어 ‘미생을 하면서 오히려 자신의 한계를 느꼈단다. 배우와 스태프 모두 연기에 미쳐있던 ‘미생 촬영 현장”에서 그는 초반에 장그래로 사는 재미로 살았다면 후반에는 ‘더 안 하면 안 되겠다는 무게감과 책임감으로 버티는 촬영의 연속을 견뎌야 했다고 속내를 고백했다.

‘미생으로 저는 인정받았다는 느낌보다는 ‘미생을 하면서 연기의 밑천이 드러난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다. 촬영 중반쯤부터는 더더욱 시간에 쫓기다보니 저의 연기에 대한 밑천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고, 그걸 놓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했다. 그러면서 제 한계를 느꼈기 때문에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구나란 생각도 했다. 초반 ‘즐기면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과 달리, 마냥 그렇게 가볍게 다가가선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아직 연기적으로는 미생이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렇게 한계를 느끼기도 하고, 연기의 미생이라는 점을 실감하기도 했지만 ‘미생은 임시완에게 2014년 최고의 선물임에는 틀림없었다. 케이블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8%대의 시청률을 돌파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직장인 코드에 물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미생 열풍이 몰아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임시완은 2015년에도 2014년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한다”고 했다. 그런 임시완이 바라는 ‘미생 시즌 2의 장그래의 성장은 어떤 모습일까.

제가 바라는 ‘미생 시즌2의 장그래는 그냥 지금보다 조금 더 성장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미생 시즌3가 나올지 안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시즌2를 보면서 ‘시즌3가 나온다면 그 때에는 얼마나 성장했을까하고 기대하게 만드는 인물이 되면 좋겠다는 거다. ‘완생으로 걸어가고 있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인물이 됐으면 그만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
사진 제공=스타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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