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ELS 70조 시대…‘간접투자 대명사’로
입력 2015-01-02 15:47  | 수정 2015-01-02 16:56
주가연계증권(ELS)이 연간 발행액 70조원이라는 새 역사를 쓰면서 국내 간접 금융투자 시장의 ‘판을 바꾸고 있다. ELS는 박스권 증시에서도 연 6~8% 수준으로 안정적인 수익 추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올해 증시도 횡보장세가 예상되면서 ELS 발행 규모가 85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매일경제신문이 지난해 국내 주요 금융투자 상품별 신규 발행(설정) 규모를 집계한 결과 ELS가 71조796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채권형 펀드 53조5325억원, 주식형 펀드 28조1789억원, 파생결합증권(DLS) 21조4883억원 순이었다. 간접투자 상품 대명사가 ‘펀드에서 ‘ELS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ELS 발행액은 2003년 국내에서 ELS가 처음 발행된 이래 11년 만에 최고치다. 직전 최고 발행 기록이었던 2012년 47조5478억원에 비해서도 50%나 증가했다.
전체 간접투자 상품 시장을 돌이켜봐도 ELS 70조원 발행은 기록에 남을 만하다. 앞서 단일 금융투자 상품으로 연간 신규 투자 규모가 가장 컸던 것은, 이른바 ‘펀드 광풍이 불었던 2007년 주식형 펀드였다. 당시 131조8866억원이 주식형 펀드에 몰렸다. 하지만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로는 주식형 펀드 연간 발행 규모가 50조원을 넘어선 적이 없다.

최근 지수형을 중심으로 한 ELS시장 팽창에는 연간 6% 안팎의 중위험·중수익을 원하는 거액 자산가, 기업·대학 등 일반 기관투자가, 은행·보험 등 퇴직연금 사업자 등이 중심에 있다. 이들은 금융투자에 있어 안정성을 중시하면서도 시중금리 2배 수준의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다. 지수형 ELS는 기초자산인 지수가 가입 시점 대비 50~60% 미만으로만 하락하지 않으면 연 6~8% 수익을 지급한다. 지난 10년 동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하면 주요 지수가 50% 넘게 하락한 적은 없었다.
특히 지난달 원금보장형 ELS 발행액이 4조원 이상으로 급증한 것은 퇴직연금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이 2005년 12월 처음 도입됐기 때문에 연간 단위 갱신 발행이 12월에 주로 이뤄진다”면서 퇴직연금을 비롯한 기관과 개인 투자가 늘면서 올해 총 ELS 발행 규모는 85조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과 증권사 영업점 PB들도 지수형 ELS를 박스권 장세 최고 효자상품으로 꼽는 데 이견이 없다. 오유리 하나대투증권 대치금융센터 PB는 직접투자보다는 지수형 ELS를 추천하고 있다”며 지수가 그렇게 급격하게 빠지지는 않을 전망인 만큼 ELS는 ‘녹인(Knock-In·원금손실 구간)에만 진입하지 않으면 확정된 수익을 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수형 ELS 투자에 있어서도 기초자산과 가입 시점 분산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에서 발행되는 지수형 ELS 대부분이 코스피200이나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유로스톡스50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다. 쏠림이 심한 만큼 해당 지수가 대내외 변수로 크게 조정을 받으면 관련 ELS 물량이 쏟아져나오면서 하락폭을 키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본토 증시 지수인 CSI300, 미국 중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 등 새로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에 관심을 둘 만하다고 조언한다.
또 발행사 부도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발행 증권사 재무건전성 등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리먼브러더스가 발행한 ELS를 편입했던 주가연계펀드(ELF)에 가입한 국내 투자자들이 원금 대비 70% 안팎의 대규모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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