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레이더M] 신평업계가 내다본 2015년, 온통 `부정적`
입력 2014-12-29 11:20 

[본 기사는 12월 24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레이더M 기사 더보기>>>
신용평가회사들이 기업이나 경제상황에 대해 내놓는 전망은 증권사들보다는 보수적이다. 일반적으로 증권사들이 '멀티플(미래 성장성)'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신평사는 성장성 보다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이 처럼 보수적인 신평사들 특성을 고려해도 최근 신평사들이 바라보는 내년 전망은 심상치가 않다. 신용평가업계 사이에서는 "앞으로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국내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주를 이룬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3대 신평사들이 내년 주요 산업과 기업들 신용등급에 대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신평사들이 내놓는 전망을 보면 내년 신용등급 대란 가능성이 엿보인다. 실제로 한 신평사 관계자는 "산업전망이 부정적인 업종에 속한 기업들 신용등급은 내년에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내년 신용등급 하락 기업이 올해보다 더 많아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24일 매일경제신문이 3대 신평사가 내놓은 내년 업종전망을 종합한 결과 신평사들은 대부분 업종에 '중립적'이거나 '부정적'의견을 내놨다. 신평사들은 산업 전망에 대해 '긍정적', '중립적(안정적)', '부정적(보수적)'등으로 의견을 냈다.
신평사들은 내년 수출경기는 물론, 내수시장도 저성장을 이어가면서 전반적인 국내 산업업황이 부진할 것으로 봤다. 중국 경기가 둔화되고, 유럽경제 회복세 지연, 엔화 약세 등이 수출경기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전망을 근거로 신평사들은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업종에 일제히 부정적 의견을 쏟아냈다. 특히 정유, 철강 산업은 3개 신평사가 모두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국내 정유산업은 안정성이 우수하지만 최근 유가 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하락세와 파라자일렌(PX) 등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전반적으로 위험이 확대된 상황"이라며 "기업들 현금창출능력이 약해진데다, 투자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차입금 상환능력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나이스신평은 정유산업 전반적인 신용등급(사업위험)을 AA-급(매우 낮은 수준)에서 A+급(낮은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포스코를 중심으로 한 철강사들 신용등급도 하향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주요 철강 수요처인 중국 경기 둔화가 예상되고 있는데, 중국산 수입 철강제품이 공급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011년 현대제철이 본격적으로 고로(용광로)를 가동했고, 2014년에는 포스코도 증설 투자에 나선 바 있어, 내년에도 철강제 공급과잉 해소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업체별로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는 동시에 수입산 철강제에 대한 대응능력 확보, 생산원가 절감 등 수익성 개선 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기평은 지난 6월 포스코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급에서 AA+급로 하향 조정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포스코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것은 20년만이다. 다른 신용평가사들도 포스코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리고 등급 하향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내년에는 신평사들이 포스코 신용등급을 추가로 하향 조정할지 여부가 업계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기평은 "내년에도 철강업체들 중 재무적인 대응력이 약해진 기업들을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크다"며 "포스코와 세아베스틸 사이 포스코특수강 인수합병(M&A)이 이뤄지는 등 철강 산업 재편이 진행 중인데 이 과정에서 신용등급 변화 가능성도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외에도 건설, 조선, 석유화학, 등 국내 핵심 기간산업에도 부정적이 전망이 다수다. 최근 몇 년간 한국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IT 자동차, 자동차 부품 등 산업도 정체기에 접어든 것으로 신평사들은 보고 있다.
국내 금융산업 뿌리 역할을 하고 있는 은행업 신용등급도 '위험' 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은행산업을 포함해 카드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등 주요 금융산업에 일제히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은행 수익성 판단 기준인 순이자마진(NIM)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가계부채가 잠재 리스크(위험)이 커졌다고 봤다. 지난해 은행권에 '바젤Ⅲ'가 도입된 이후 자본으로 인정받았던 후순위채 자본인정 비율이 줄어들면서 자본건전성비율(BIS) 하락이 예상된다. 은행들은 후순위채를 대체할 고금리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건전성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당분간 은행들 조달비용(금리) 상승으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서태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