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다양한 연기와 입담으로 대중들을 웃고 울리는 이들에게도 그들만의 인생 드라마는 존재합니다. TV에 등장하는 다양한 이들의 인생과 희로애락을 재조명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합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금빛나 기자] 배우 장나라에게 ‘캔디만큼 잘 어울리는 수식어가 또 있을까. 여기서 말하는 캔디는 먹는 캔디를 말하는 것이 아닌 순정만화 ‘캔디캔디의 주인공 캔디를 말한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운다는 만화 속의 캔디.
순정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크고 똘망똘망한 눈망울, 하얗고 뽀얀 피부, 거기에 남자들 품에 쏙 안기는 작고 여리여리한 체구까지. 보는 순간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장나라에게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성공을 이룬다는 캔디의 이미지처럼 꼭 맞는 옷이 있을까.
2001년 1집 앨범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장나라는 보기 만해도 사랑스러운 외모와 애교 있는 말투, 그리고 MBC 시트콤 ‘뉴논스톱을 통해 형성된 약간은 어리바리하지만 착하고 선한 이미지까지 장착하며 일약 스타로 떠오른다.
이 같은 이미지를 앞세워 출연한 2002년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는 안방극장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마무리 됐고, 이후 장나라는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히트를 치는 명실공이 ‘흥행퀸으로 떠오르게 된다.
안정된 연기력에 가수로 데뷔한 만큼 출중한 가창력, 그리고 뛰어난 진행 실력까지 자랑한 장나라는 가요, 드라마, 예능 등 그 영역을 넘나들며 활약하는 종합엔터테이너로 활약하게 된다. 당대 ‘연예계 캐스팅 1순위로 손꼽혔던 장나라의 인기가 얼마나 높았는지 바쁜 스케줄로 인해 잠깐의 씻을 시간도 없을 정도였다.
그때는 머리 감을 생각도 못했어요. ‘머리 감았어요?라는 말이 인사말이 될 정도로 냄새가 났죠. 냄새가 날 정도로 못 씻고 잠을 못 자고 그 상태로 있었더니 몸에 이상이 오더라고요.”(2014년10월 SBS ‘힐링캠프-장나라편)
그렇게 잘 나갔던 장나라는 일찍이 자신의 활동영역을 중국으로 옮기게 된다. 중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며 자국의 스타들만큼 높은 인기를 구사하게 된 장나라이지만 잃은 것도 많았다. 중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중국내 인지도는 탄탄해진 반면, 국내에서의 인기는 다소 시들해 진 것이다. 거기에 장나라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녀의 뒤를 대신할 스타들이 계속해서 등장했고, 지나간 시간만큼 들어버린 나이는 ‘귀엽고 사랑스러운이 장기였던 장나라에 걸림돌이 되고 만다.
한동안 공백기를 가진 장나라는 다시 국내로 돌아와 활동을 펼치게 되지만 예상대로 그에 대한 반응은 예전같지 못했다. 물론 2011년 출연한 KBS 드라마 ‘동안미녀나 2013년 출연한 ‘학교 2013에 대한 반응은 나쁘지 않았으나, 전성기와 같은 반응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 장나라에게 2014년 다시 기지개를 펼 수 있도록 해준 작품은 바로 MBC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였다.
‘명랑소녀 성공기 인기의 주역인 장혁과 장나라의 12년 만에 재회로 화제몰이를 한 ‘운명처럼 널 사랑해였지만 솔직히 말해 초반 이에 거는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강산이 한 번 바뀐 시간만큼 장혁과 장나라의 케미를 기억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을뿐더러, 또 다른 캔디로 돌아온 장나라의 모습은 12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벗어났다. 여전히 착한 것이 유일한 개성인 평범한 여자가 부잣집 남자 주인공을 만나 사랑을 나누고 일에서도 성공을 거두는 여주인공을 연기한 장나라지만 세월의 흐름만큼 더욱 깊어지고 연기에 진정성을 갖게 되면서 또 다른 흐름을 만들어 낸 것이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교통사고로 인해 뱃속의 아이를 잃고 오열하는 미영의 모습은 전성기 시절 장나라가 결코 보여줄 수 없었던 모습이었으며,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드라마를 위해서라면 한 발 물러서는 자세 역시 30대의 장나라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극중 최신형의 조건 대신 30대 청년이든 70대 노인이든, 돈이 많든 적든 흔들리지 않는 진실한 사랑을 보여주며 신념을 드러낸 은하수를 연기한 장나라는 변함없이 사랑스러웠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그녀가 만들어낸 캔디는 굳건해 보였다.
기자간담회나 인터뷰 자리에서 장나라에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 있다. 바로 캐릭터 변신에 관한 내용이다. 그럴 때마다 장나라는 현실적으로 저에게 손바닥 뒤집듯 극적인 역할이 들어오지는 않는다. 다만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지라는 생각에 내게 맡겨진 영역에서 치열하게 최선을 다할 뿐”고 답한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장나라는 한결같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한결같음이 대중에게 즐거움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걸어나가는 뚝심 때문이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제가 출연한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역할이었다고 볼 수 있어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던 여주인공이 좋은 남자들을 만나 동시에 사랑을 받고, 점점 예뻐지고 심지어 일복마저 터진. 하지만 저는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다르게 표현하기 위해 정말 많은 몸부림을 쳤고 지금도 치고 있어요. 오늘보다 내일이 더 좋은 배우, 그것이 제 목표에요.”(MBN스타와 인터뷰 中)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