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동아원의 최대주주인 한국제분과 이희상 대표이사 등이 보유 지분의 반 이상을 담보로 대규모 대출을 받았다. 사업 확대를 위해 자회사 주식을 담보로 유동성을 확보한 것이다. 그러나 차입금 규모가 5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돼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제분은 지난 2011년 동아원 주식 900만주를 담보로 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현재 아산만 당진에 건설중인 탱크터미널 공사를 위해 자금을 투입했다는 게 회사 입장이다. 유류, 화공약품, 가스를 보관·운송·판매하는 사업으로 건설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제분은 최근 16일까지도 한국증권금융, 현대증권,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대우증권에서 동아원 주식을 담보로 돈을 끌어왔다. 그외 이희상 동아원 대표와 장남인 이건훈 FMK 대표도 개인 지분으로 담보대출을 받았다.
이들과 한국제분이 담보로 잡힌 주식은 약 3000만주다. 이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의 지분인 4600만주의 65%를 웃돈다. 발행주식 6500만주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주식담보대출은 대상이 되는 주식과 금융사에 따라 대출한도와 대출이율이 달라진다. 다만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의 약 50~60% 수준으로 대출금이 책정되는 게 보편적이다. 이를 감안하면 한국제분은 약 450억원 안팎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두 특수관계자의 대출금을 포함하면 약 55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동아원 측은 "홀딩 컴퍼니인 한국제분은 대부분의 차입금을 당진 탱크터미널 사업에 투자했다"며 "내년 3월 준공을 앞두고 추가 자금이 집행됐다"고 말했다. 이희상 대표와 이건훈 FMK 대표에 대해선 "개인 지분을 갖고 금융 행위를 한 만큼 자금사용처 등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제분은 최근 몇년간 차입금을 확대하면서 이자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분 사업으로 영업이익은 흑자가 났지만 금융 이자를 지출하느라 순이익은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제분은 지난해 327억83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2012년(43억7200만원 순손실)에 이어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았다. 영업이익은 51억원을 기록했지만 이자 비용으로 270억원을 지출하면서 타격을 받은 것이다.
한국제분의 총 부채는 8100억원에 달해 전년보다 약 500억원이 늘었다. 1년안에 갚아야하는 유동부채는 5600억원으로 집계됐다.
동아원은 또한 최대주주인 한국제분과 에프엠케이, 나라셀라, 피디피와인 등 계열사와 임직원 등 15명이 빌린 약 3800억원에 대한 채무보증도 섰다. 계열사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대신 빚을 청산하겠다는 의미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7월 동아원의 과다한 차입금과 계열사에 대한 지원 부담을 근거로 회사채 등급을 'BBB·부정적'으로 낮췄다.
한국신용평가 조수희 애널리스트는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으로 차입금이 크게 늘었다"며 "높은 금융비용이 현금흐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부동산·보유지분 매각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총 차입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며 "재무구조 개선 여력이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동아원 측은 "현재 재무개선을 위해 탱크터미널을 에너지 회사에 매각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라며 "매각이 성사될 경우 재무구조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매경닷컴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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