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식업체 '토다이 싱가폴'을 자회사로 보유한 코스닥 상장사 엔티피아는 지난 8월 11일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토다이 지분을 홍콩의 모 대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다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투자자들은 공시 후 엔티피아 주식을 사들였고 엔티피아의 주가는 이틀 간 15% 가까이 급등했다.
그러나 엔티피아가 토다이 싱가폴을 매각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토다이는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엔티피아 전체 매출의 40%를 담당했고, 엔티피아가 지분을 출자한 계열사 중 그나마 수익을 내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결국 4개월 간 매각 이슈를 끌어 온 엔티피아는 지난 10일 "매각을 검토했으나 최종 매각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는 부인 공시를 냈다.
지분 매각 이슈로 주가를 띄우는 상장사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대부분 가능성만 제기하고 주가를 부양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2일 이필름은 최대주주 지분매각 및 보유 중인 이트론 지분 매각 추진설에 대해 "협의 중이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는 19일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답변으로, 지분 매각설이 퍼진 이날 이필름의 주가는 상한가로 마쳤다.
유가증권 상장사인 이필름은 지난 2010년부터 순손실이 지속(119억-268억-272억원-158억원)되고 있는 만성 적자기업이다. 올 3분기 누적 순손실 역시 106억원으로 5년 연속 적자가 확실시된다. 이미 주요 사업을 통해선 기업 구실을 하기가 어려운 셈이다.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이 회사는 지분 매각, 해외자금 유치, 합병 등 다양한 가능성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했지만 실제로 결정한 적은 거의 없다. 조회공시가 요구되면 항상 '미확정'으로 2달 정도 시간을 끌고 부인 공시를 내다 보니 주가 부양 목적이라는 의혹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최근 쌍용건설 인수에 나섰던 철스크랩업체 스틸앤리소시즈도 M&A로 주가를 부양시킨 사례다. 시가총액 800억~900억원에 현금성 자산이 3억원에 불과한 회사가 매각가 2000억원 이상인 곳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부터 '어불성설'이었으나 시장은 스틸앤리소시즈의 대규모 유상증자 공시를 믿고 투자하기 시작했다. 8월초까지 주당 800원대였던 주가는 쌍용건설 매각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 10월, 장중 2000원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인수 목적도 자금출처도 불분명했던 인수설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회사 주가는 폭락했다. 지난 19일에는 유상증자까지 취소되면서 현재 주가는 52주 최저가까지 떨어진 620원에 머무르고 있다.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일시적으로 급등하지만 결국 원점 이하로 떨어진다. 기업의 본연인 '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적자 기업이 매각 관련 이슈에 대해 반복적으로 미확정 공시를 낸다면 그 사업 건은 성사되지 않는다고 보는게 맞다”며 "기업의 재무상태 등 매각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이슈를 따라가는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매경닷컴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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