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2일 권오준 당시 포스코 기술총괄 사장은 칠레 코피아포시(市)에서 포스코 고유의 리튬 추출기술을 알리는 자리에 섰다. 2010년부터 시작한 포스코 고유의 리튬 추출기술개발이 실험실이 아니라 생산현지에서 적용가능하다는 것이 처음으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종전의 자연증발식 리튬 추출 생산시간은 12개월이었지만 포스코의 신기술은 길어도 1개월 이내에 추출이 가능했다. 생산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리튬 회수율도 종전 50% 수준에서 최소 80% 이상으로 끌어올려 경제성도 높였다. 칠레 현지 에너지기업인 Li3에너지사의 루이스 사엔즈(Luis Saenz) 사장은 시연회를 본 뒤"여태껏 접해본 리튬 추출기술 중 포스코의 기술이 가장 뛰어나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이 신기술을 적용한 공장을 아르헨티나에 준공해 대용량 상용화 생산에 시동을 걸었다. 22일 포스코와 현지 관계자 등에 따르면 포스코가 아르헨티나 북부 후후이(Jujuy)주 카우차리염호 인근에 짓고 있던 '리튬 직접 추출기술' 실증 플랜트가 19일(현지시간) 준공식과 함께 최종 기술검증을 시작했다. 연간 생산능력 200t 규모의 이 플랜트는 앞으로 약 1년간 최종적인 기술검증 기간을 거쳐 2016년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2차 전지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였으면서도 정작 소재인 리튬은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다. 리튬은 전기차(EV)는 물론 노트북PC나 휴대전화 등 휴대기기에 사용되는 2차전지의 필수소재다. 최근 2차전지 관련사업이 지속적으로 각광받고 있고, 특히 전기차 시장이 본격 활성화되면서 리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 회장은 리튬 소재의 수입의존이 지나치며 포스코의 기술을 활용하면 폭증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부가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취임 이후 줄곧 신성장동력의 일환인 리튬사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세계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확보하겠다는 강한 실천의지를 밝혀왔다”고 말했다.
사실 포스코의 리튬추출 신기술은 권오준 회장이 기술총괄로 근무하면서 주도해온 사업이다. 지난 2010년 3월 포스코 산하 연구단체인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을 통해 시작된 리튬추출 기술은 그해 8월 볼리비아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면서 본격화돼 지난 2012년 2월 자체적인 기술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권 회장은 기술총괄 사장이던 지난해 3월 칠레 리튬추출 파일럿 플랜트를 직접 방문해 남미 파트너들과 사업화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중간에 우여곡절도 많았다. 포스코는 2011년 8월 세계 최대 리튬 매장국인 볼리비아의 국영 광업회사 코미볼과 리튬배터리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사업을 추진해왔으나 볼리비아의 천연자원 국유화 정책에 따라 추진이 어려워지는 고난을 겪었다.
하지만 취임 직후부터 권 회장은 포스코 미래 성장동력인 원천소재의 하나로 리튬을 선정해 전폭적 관심과 지원을 쏟았다. 당시 포스코는 그동안 추진해온 신사업에 대해 기술경쟁력·사업적합도 등을 다각도로 평가한 결과 포스코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원천소재'(리튬 니켈)와 '청정에너지'(연료전지, 청정석탄화학)가 적합할 것으로 판단했다. 포스코는 현재 리튬 추출 관련 국내특허 44건, 해외특허 76건을 출원한 상태다.
[신현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