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8대1의 의미와 박 대통령 지지율 40% 회복
입력 2014-12-22 11:43 
통합진보당의 정당해산 심판 '8대1'은 모두의 예상을 깨는 숫자였습니다.

6대3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고, 심지어 19일 당일날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5대4로 기각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어쨌든 8대1은 놀라운 숫자였음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 8대1의 의미를 놓고 해석이 다릅니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념적 스펙트럼을 떠나 통합진보당 해산이라는 시대적이고 당위적인 명제에 우리 사회가 응답한 것이라는 해석합니다.

중도 또는 중도 진보적 색채가 강했던 주심 이정미 재판관과 강일원 재판관이 해산 결정을 내린 것 역시 재판관 개인의 주관적 성향보다는 우리 사회의 객관적 현실에 더 천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면에 진보 진영에서는 우리 사회의 다원성과 균형감각이 무너져 내렸다고 한탄합니다.

8대1은 우리사회가 우경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헌법재판관들은 정치적으로 처음부터 보수적인 사람들로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여론은 어떻게 볼까요?

MBN이 리얼미터와 함께 19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이 '올바른 결정이라는 의견이 60.7%로 나타났습니다.

'무리한 결정이다'는 의견은 28%였습니다.

'잘모름/무응답'은 11.3%였습니다.

헌재 판결과 같이 8대1은 아니어도 두 배 정도 차이는 납니다.

연령별로는 '올바른 결정'이라는 의견은 60세 이상 81.0%, 50대 78.7%로 매우 높았습니다.

반면 30대에서는 ‘무리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47.4%로 ‘올바른 결정이라는 의견(41.2%)보다 오차범위 안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념성향별로 보면 보수층(80.4%)과 중도층(54.4%)에서는 다수가 '올바른 결정'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진보층에서는 ‘무리한 결정이라는 의견과 ‘올바른 결정이라는 의견이 각각 39.0%, 38.7%로 거의 같았습니다.

이것만 놓고 이념적 성향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대략적으로 보수와 진보, 중도가 6대2대2 정도라고 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헌법재판관에게는 모름이나 중립, 기권의 선택은 있을 수 없으니 중도를 대변했던 2는 아마도 해산쪽으로 옮겨간 것으로 풀이됩니다.

사회 여론보다는 헌재 재판관의 이념적 성향이 조금 더 오른쪽으로 갔다고 봐야 할까요?

그러나 이 결정이 가져올 사회적 후폭풍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국민통합과 민주주의 발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에서는 '도움을 줄 것이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과반에 이르는 49.0%였습니다.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는 부정적 의견은 28.8%로 나타났습니다.

'잘모름/무응답'은 22.2%였습니다.

잘한 결정이지만, 그 후폭풍을 걱정하는 시선이 녹여 있는 듯합니다.

(지난 19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50%)와 유선전화(5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했고, 성, 연령, 지역별 인구비례에 따른 가중치 부여를 통해 통계 보정.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

사람들이 바람은 이번 결정으로 우리 사회가 갈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겁니다.

하지만, 당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벌써부터 격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취약한 정권이 국면전환용으로 정치적 판결, 보복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필 지난 19일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2년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2년 전과 지금의 모습입니다.

▶ 인터뷰 : 이정희 / 당시 통합진보당 대선후보(12월4일)
- "유신의 퍼스트레이디셨죠. 충성 혈서를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 누군지 아실 겁니다. 한국이름 박정희. 좌경용공으로부터 나라 지킨다면서 유신독재, 철권 휘둘렀습니다. 뿌리는 속일 수 없습니다. "

▶ 인터뷰 : 이정희 / 당시 통합진보당 대선후보(12월4일)
- "박근혜 후보 떨어뜨리기 위한 겁니다. 저는 박근혜 후보를 반드시 떨어뜨릴 겁니다."

▶ 박근혜 대통령 : 수석비서관 회의 (12월 15일)
- "종북 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달하고 있습니다. 몇 번의 북한 방문 경험이 있는 일부 인사들이 북한 주민들의 처참한 생활상이나 인권 침해 등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자신들의 일부 편향된 경험을 북한의 실상인 양 왜곡·과장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행위는 헌법적 가치와 국가의 정체성을 지킨다는 대원칙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자 합니다."

어떤 이들은 2년 전 이정희 전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저 말을 하는 순간, 박 대통령이 당선되는 순간부터 통진당 해산은 이미 예정됐던 것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박 대통령이 정윤회 문건으로 위기를 맞은 국면을 전환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일간 지지율은 15일 39.8%로 시작해 16일 38.8%, 17일 37.8%까지 하락했습니다.

콘크리트 지지율 40%가 무너진 겁니다.

그런데 통진당 해산결정이 예고된 18일 38.3%로 반등하더니 해산 선고날인 19일 42.6%로 급상승했습니다.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박 대통령을 떠났던 보수층이 통진당 해산을 계기로 다시 집결하고 있는 걸까요?
( 리얼미터 15~19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포인트)

이것만 놓고 보면 통진당 해산이 정치적 보복이고, 국면전환용이라는 주장은 얼핏 들어보면 그럴 듯합니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그 둘의 연관성을 입증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인식 수준, 그리고 맥락에 비추어 그저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는 주관적 해석만이 가능할 뿐입니다.

그러나 설령 이런 해석이 맞다해도 통진당 해산으로 박 대통령이 얻을 반사적 이익은 극히 제한적일겁니다.

보수층이 집결하면 할 수록 그 반대진영 또한 연대감이 강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은 더 이상 대선 후보가 아닙니다.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전선을 명확히해야 할 대선 후보가 아니라, 보수 진영도 진보진영도 모두 끌어안아야 할 대통령입니다.

그래야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습니다.

보수와 진보가 분열하고, 8대1이 굳어지는 사회라면 박 대통령은 국정운영을 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이번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정치적 이득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눈 앞의 지지율이 아니라 먼 미래를 봤을 때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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