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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음악으로 영화읽기] 스토리에 명곡을 입히다…영화 ‘러브, 로지’
입력 2014-12-17 13:56 
영화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 중 음악은 매우 중요한 장치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적재적소에 삽입된 음악은 영상과 조화를 이뤄 ‘환상의 궁합을 만들어내기 마련이죠. 실제 영화에 삽입된 몇몇 곡들을 선정, 음악이 어떠한 의도로 만들어진 곡이며 영화 속에 녹아들면서 어떤 메시지를 건네고 있는지 전문가(음악감독, 평론가, 작곡가)와의 대화를 통해 알아봅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박정선 기자] 영화 ‘러브, 로지는 힐러리 스웽크, 제라드 버틀러 주연의 영화 ‘P.S 아이 러브 유의 원작 소설가 세실리아 아헌이 22살 때 쓴 베스트셀러 소설 ‘무지개들이 끝나는 곳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국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어린 시절부터 단짝인 로지와 알렉스가 로지의 18살 생일파티 이후로 12년 동안 얽히고설키게 되는 과정을 담아냈다.

이 영화는 두 남녀의 연애사를 담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스토리지만 각 신과 맞아떨어지는 명곡들의 향연으로 이목을 사로잡는다. 이는 보는 이들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는 것은 물론, 음악을 통해서도 해당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 No.1 비욘세 ‘크레이지 인 러브(Crazy In Love)

주인공 로지(릴리 콜린스 분)와 알렉스(샘 클라플린 분)가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춘다. 이날 두 사람은 술에 진탕 취한 채 그야 말로 망나니처럼 놀아댄다. 제이지(Jay-Z)의 거친 래핑과 비욘세의 그루브가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격렬한 클럽파티 신에 적용돼 아찔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훗날 이 장면은 두 사람을 이어주는 중요한 전사로 다시 한 번 등장한다. 당시는 그저 클럽파티에 불과하지만 ‘너의 촉감은 나를 미치게 만들어(Got me looking so crazy right now, your touch)라는 가사가 은근히 이날의 일을 대변하고 있다.

-배순탁 작가: 2003년에 공개된 이 곡은 비욘세와 제이지 커플의 가까운 미래를 고스란히 대변해준 곡이다. 비욘세의 첫 번째 솔로 빌보드 넘버원이기도 한 이 곡은 샘플링된 곡의 존재를 알아야 그 의미를 더 잘 파악할 수 있기도 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시카고 출신 보컬 그룹 치라이트(The Chi-Lites)가 1970년에 발표한 곡 ‘아 유 마이 우먼(Are You My Woman). 사실 제이지와 비욘세는 2002년부터 조금씩 뜨거워지기 시작한 관계였다고 하는데, ‘크레이지 인 러브와 ‘아 유 마이 우먼이라는 제목만 봐도 1년 뒤인 2003년 당시, 어떤 스파크가 둘 사이에서 튀고 있었는지 정도는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배경 덕에 영화 속 장면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앙상블을 일궈내고 있음은 물론이다.



# No.2 릴리 앨런 ‘퍽 유(F**k You)

그렉(크리스티앙 쿡 분)이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로지가 그를 찾아가 주먹을 날리는 장면에 릴리 알렌의 ‘퍽 유가 삽입됐다. 이 음악의 경우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직설적이고 통쾌한 선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발칙한 여성의 밝은 디스곡인 이 음악은 바람을 피운 남편 그렉으로 인해 상심하는 게 아닌, 화끈한 주먹 한 방을 날려주는 로지의 상황과 싱크로율 100%를 자랑한다. 특히나 ‘꺼져(Fuck you, fuck you very very much)를 연신 남발하는 가사는 관객들에게까지 통쾌함을 전달한다.

-배순탁 작가: 이 곡은 실상 굉장히 ‘정치적인 노래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이 곡에서 릴리 알렌이 과연 누구를 향해 ‘Fuck You를 날리고 있느냐에 위치해 있을 텐데, 그건 다름 아닌 당시 미합중국의 대통령 조지 부시였던 것이다. 이 곡을 발표하기 전, 릴리 앨런은 한 인터뷰에서 조지 부시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엿을 먹이고 있다”라며 분노를 토해냈던 바 있다. 그러한 분노를 이렇듯 상큼한 멜로디로 승화할 줄 아는 재능이라니, 감탄이 절로 나오지 않는가. 그러나 정치적인 곡이라고 해서 남녀 관계에 쓰이지 말라는 법은 없다. 바람피운 남편에게 울고불고 콧물 쏟고 하기 보다는 릴리 앨런처럼 시원하게 한방 먹일 줄 아는 주인공. 물개박수를 보내고 싶다.



# No.3 케이티 턴스털 ‘서든리 아이 씨(Suddenly I see)

케이티 턴스털의 ‘서든리 아이 씨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오프닝곡으로 쓰이기도 했다. 동경하는 여성의 모습을 노래한 이 곡은 로지가 뒤늦게 알렉스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그를 찾아가는 장면에서 흘러나온다. 마음을 깨닫고 자신이 처한 현실을 과감히 포기한 채 달려가는 로지의 모습은 수없이 엇갈린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질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하다.

-배순탁 작가: 우리는 살면서 예기치 못한 순간에 갑작스러운 깨달음을 얻고는 한다. 케이티 턴스털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자신이 선배 뮤지션인 패티 스미스(Patti Smith)처럼 되고 싶다는 욕망을 깨달은 케이티 턴스털. 이러한 영감을 바탕으로 작곡에 돌입했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이 곡 ‘Suddenly I See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 곡은 사랑보다는 ‘자아성찰적인 측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사랑 역시도 결국에는 ‘자신의 발견하는 과정에 포함되는 것이고 보면, 상큼한 진행과 멜로디가 돋보이는 이 곡이 이 장면에 꽤나 어울린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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