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의 이목이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2월 정례회의(16~17일)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 정례회의때 상당기간(considerable time) 저금리 문구 삭제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 2012년 12월 자산매입 프로그램(QE)이 종료되고 경제회복세가 강화된뒤에도 상당기간 초완화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상당기간이라는 표현을 성명서에 집어넣었다. 2년만에 이 문구를 삭제한다면 연준은 내년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것이라는 확실한 신호를 시장에 주게 된다. 경제상황에 따라서는 내년 여름께로 전망되는 기준금리 인상시점이 앞당겨질수도 있다. 하지만 문구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기준금리 인상시점이 최소 가을께로 늦춰질 수 있다. 연준 성명서에 담긴 상당기간은 최소 6개월의 시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 연준이 문구를 삭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은 가파른 유가하락때문이다. 저유가가 중장기적으로 미국경제에 보탬이 되지만 당장 수직하락하는 유가급락 후폭풍으로 에너지 관련 업체 주가가 휘청거리고 증시가 폭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재정이 부실한 일부 산유국들이 디폴트에 직면할 것이라는 불안감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연준이 문구삭제를 통해 본격적인 출구전략 신호탄을 쏘아올리면 시장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위기다. 저유가때문에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둔화)압력이 심화돼 연준 물가상승률 목표치 2%를 맞추기 더 힘들어지는 점도 문구삭제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ING의 롭 카넬 수석국제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계절적 영향으로 저유가 영향이 더 커지는 내년 3~5월께 미국 소비자물가는 1%선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이런 상황에서 (12월 FOMC에서 문구를 삭제하고) 내년 5~6월께 금리인상 주장을 펼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문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물론 연준이 아예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대표적인 경기부양론자인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14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아랍전략포럼 강연을 통해"ECB가 유로존 디플레이션을 피하지 못하고 중국이 내수부양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등 대외 경제여건이 상당히 취약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크루그먼 교수는"인플레이션 압력도 찾아볼수 없고 금리를 올렸다가 이게 실수였다는게 드러나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여파가 너무 크다”며"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연준이 12월 FOMC에서 상당기간 문구를 삭제할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히 강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준이 저유가에 따른 저인플레이션 위협보다는 강해지는 미국경제 성장세에 무게중심을 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인플레이션에 방점을 찍으면 금리인상을 늦추겠지만 경제 펀더멘털에 초점을 맞추면 문구삭제와 함께 기준금리 인상시점을 더 앞당길수 있다는 분석이다. 웰스파고프라이빗뱅크의 숀 맥카시 지역수석투자최고책임자(CIO)는"건설, ISM제조·서비스업지수는 물론 옐런의장이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고용수치 등 모든 거시지표가 강하다”며 "저유가로 에너지섹터가 타격을 받고 있는 것 때문에 옐런 의장이 상당기간 표현을 유지할것으로 보지 않는다. 문구를 삭제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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