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화그룹株, 빅딜·사업개편에도 뒷걸음
입력 2014-12-09 17:21  | 수정 2014-12-09 19:20
한화그룹이 최근 사업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관련 종목이 증시에서는 힘을 못 쓰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력산업인 방위사업·석유화학사업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사업구조 개편 방향이 주가에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이지만 자금 부담 우려 등이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9일 한화는 전날에 비해 1.17% 내린 2만9600원, 한화케미칼은 0.38% 오른 1만3100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 2% 넘게 오르는 듯했으나 하락 반전하거나 상승폭을 줄인 채 마감했다.
이날 한화그룹이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태양광 자회사인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 간 합병을 공식 발표했음에도 시장의 반응은 뜨겁지 않았다. 이번 합병은 한화케미칼의 자회사인 한화솔라원이 1조338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를 발행해 한화큐셀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특히 이날 청와대 비선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정윤회 문건에 한화그룹 직원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며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주는 지난달 26일 삼성그룹과의 빅딜 당일은 물론이고 이후에도 부진했다. 발표 당일 한화와 한화케미칼 주가는 장 초반 11%까지 올랐으나 결국 한화는 전날보다 1.27% 내렸고, 한화케미칼은 소폭(0.75%) 상승에 그쳤다. 지난달 25일 이후 이날(9일)까지 최근 2주일간 한화(-5.7%), 한화케미칼(-2.2%), 한화화인케미칼(-2.8%), 한화생명(-6.4%) 등 상장된 한화그룹주 7개사 주가가 모두 떨어졌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한화그룹이 올해 들어 잇따라 진행한 사업구조 개편이 주력사업을 강화하고 비주력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지주회사격인 한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대로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테크윈 등 방위사업체 인수를 통해 방위사업 부문 매출이 2013년 1조원에서 2조6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해 국내 1위 시장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며 삼성테크윈과 직접 중복되는 부문이 없고 자주포, 항공기 등으로 차세대 방위사업 포트폴리오로의 확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주회사 요건을 갖췄음에도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은 한화가 향후 자회사에서 브랜드 로열티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화케미칼 역시 합병으로 인한 경쟁력 강화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많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종합화학 인수는 한국 화학사업 재편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어 매우 긍정적”이라며 석유화학 이익이 늘며 기업가치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한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 간 합병에 대해 규모화에 따라 원가 경쟁력이 개선되고 공정 효율화와 생산기지 다변화가 될 것”이라며 재무부담 없는 태양광 부문 자체 경쟁력 강화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잇따른 인수·합병(M&A) 속에서 자금조달에 대한 우려와 건설 등 비상장 자회사의 실적이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한화건설은 국내 주택 관련 일회성 비용이 반영돼 다시 부진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한화가 지난 9월 인수한 석유화학업체 한화화인케미칼은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3분기 단기차입금을 140억원 늘린 데 이어 이날 140억5000만원을 추가로 늘리겠다고 공시했다.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한 한화케미칼의 기업가치에 변화가 없을 것이란 냉정한 지적도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종합화학의 대표제품인 TPA와 PX는 내년까지 아시아 지역 대규모 증설로 과잉공급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번 인수계약으로 기업가치 변동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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