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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보아, 주변 만류에도 ‘빅매치’ 선택한 이유
입력 2014-12-09 07:15 
사진=곽혜미 기자 / 디자인=이주영
전직 복싱 챔피언이자 에이스(신하균 분)가 설계한 게임에서 수경(보아 분)은 안내자 역할을 한다. 이 게임에 뛰어든 익호(이정재 분)를 이끄는 그녀는 함께 서울의 도심을 누비면서 자신의 과거와 직면하고, 갈등에 빠지게 된다. / ‘빅매치


[MBN스타 박정선 기자] 15년차 베테랑 가수 보아가 영화 ‘빅매치를 통해 국내 스크린에 첫 발걸음을 뗐다. 국내 스크린으로는 첫 작품이지만 이미 보아는 연기에 있어서 어느 정도 대중의 호평을 이끌어낸 바 있다. KBS2 단막극 ‘연애를 기대해를 시작으로 올해 초 주연으로 댄스 영화 ‘메이크 유어 무브를 통해 스크린에도 데뷔한 바 있다.

영화 ‘빅매치 역시 그녀가 참여한 여느 작품과 다를 바 없지만, 그녀에게 이 영화는 조금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영화일뿐더러 ‘메이크 유어 무브라는 미국 영화를 통해 스크린의 매력을 느낀 이후 처음으로 선택한 작품이기 때문도 있었다.


최근 가수들이 연기에 도전하는 시기에 비하면 조금 느린 행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마음가짐이었다. 사실 이미 오래 전부터 연기 제의를 많이 받았던 보아였지만, 데뷔 이후 연기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연기 제의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에 있어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려는 보아의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대목이다.

데뷔 이후에 연기 제의는 많이 받았었죠. 하지만 제가 진지하게 연기에 임할 준비를 못했다는 생각에 거절했었어요. ‘메이크 유어 무브 같은 경우는 사실 댄스 영화라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연기에 대한 매력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단막극 ‘연애를 기대해 오디션을 보게 된 거죠.”

‘연애를 기대해에서 보아는 가끔 진상을 부리지만 그마저도 귀여운 주연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외모와 대비되는 털털한 성격의 주연애와 ‘빅매치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상반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사실 ‘빅매치는 참 많은 분들이 반대하셨던 작품이에요. 주변의 만류가 심했죠. ‘연애를 기대해에서 여성스럽고 귀여운 이미지를 선보였는데 갑자기 어두운 캐릭터를 한다니까 말릴 만도 하죠. 데뷔작으로 고를 만큼 쉬운 캐릭터도 아니었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하고 싶은 걸 못하면 그게 더 힘들 것 같았어요. ‘연애를 기대해 이은진 감독님이 ‘빅매치의 제 모습을 보더니 ‘왜 나는 이걸 못 끌어냈지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사진=‘빅매치 스틸컷

그녀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빅매치를 선택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끌리게 했던 것은 캐릭터였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만류했던 이유가 그녀에게는 꼭 해야만 했던 이유가 된 셈이다. 그만큼 수경 캐릭터는 매력적이었다. 자칫 냉혈한처럼 보이기도 하고 강도 높은 액션을 선보이는 수경이지만, 그 내면에는 상처를 가지고 있고 익호를 통해 그 모습을 점차 드러내면서 감정의 변화까지 겪는 인물이다.

수경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기존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런 여자 캐릭터더라고요. 굉장히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죠. 사실 어두운 면도 있는데 영화 중반 이후부터는 익호를 통해서 인간적인 면까지 보이잖아요.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더라고요. 제가 아직 부족하지만 연기적으로도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았고요.”

첫 국내 스크린 데뷔작인 만큼 총력을 다 했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사실 본래 ‘빅매치에는 수경의 전사 부분이 있었다. 실제 상영되고 있는 영화에서 수경의 등장이 어색하다는 평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수경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하기에는 그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

고생한 부분이 편집됐더라고요. 원래 오프닝이 익호처럼 뛰는 수경의 과거 모습이 나오는 거였어요. 오프닝에서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영상이었는데 다짜고짜 ‘빨간천사로 나오니까 관객들이 의아해할 만도 하죠. 고생한 부분이 잘려서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영화의 성격이 오락액션으로 가다 보니까 당연히 빠졌어야 할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사진=곽혜미 기자

보아는 자신의 분량이 빠진 것에 대해 살짝 아쉬움을 비치다가도 이내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분량보다 온전이 수경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표현해낼지에 대한 관심으로 가득했다. 이정재, 신하균, 이성민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 사이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 부담감 속에서 수경이라는 캐릭터를 살리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자 임무라고 했다.

구른다는 생각으로 이번 작품에 임했어요. 쉽게 가려면 이 영화를 택하지 않았겠죠. 어마무시한 배우들 사이에서 잘 묻어가기만 해도 잘 한 거라는 생각으로 했어요. 십 수 년 동안 연기를 하신 분들과 함께 해서 제가 이길 수도 없는 게임이잖아요.(웃음)”

연신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 보아에 대한 출연 배우들의 평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정재는 보아와 실제 현장에서 가장 많이 부딪히고 호흡을 맞췄던 배우로서 그녀를 두고 ‘계속 연기해도 되겠다고 호평했다. 보아 역시 이런 칭찬에 연신 감사함을 내비치면서 오보천리의 마음으로 천천히 가겠다”고 화답했다.

가수 보아도 쉽지 않다”는 보아는 내년이면 데뷔 15년차를 맞는다. 지금까지 대중의 기대를 받아 온 그녀이기에 가수로서의 부담감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런 부담을 이겨내고 ‘아시아의 별이라는 별명을 얻어냈다. 배우 보아는 이제 한 걸음을 내딛었을 뿐이다. 부족한 것은 채우면 되고, 잘못된 것은 고치면 되는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간 셈이다.

어떻게 보면 가수보다 부담의 무게는 배우 쪽이 덜한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워낙 연기하는 저의 모습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다 보니까 그것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제가 가수를 처음부터 잘했던 건 아니잖아요.(웃음) 15년이라는 세월을 거쳐서 가수 보아의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처럼 배우 보아의 이미지도 한순간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갈 거예요.”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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