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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은행 따진 `반반인사` 언제까지
입력 2014-12-08 17:41  | 수정 2014-12-08 17:51
인사를 둘러싼 조직 안팎의 불협화음이 많았던 두 은행 수장의 내부인사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달 취임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과 이광구 우리은행장 내정자다. 윤 회장은 이르면 이번 주말, 이 내정자는 곧 부행장급 인사를 단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존에 출신별로 반반씩 나눠서 임원들을 배분했던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가 리더십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이순우 행장을 포함해 부행장 이상을 출신별로 나눠보면 한일 출신 7명, 상업 출신이 6명이다. 자문역을 맡고 있는 김승규 부사장을 제외하면 정확히 6명씩 포진해 있다. KB금융도 상황은 비슷하다. 채널1로 불리는 국민은행 출신이 4명, 채널2로 불리는 주택은행 출신이 3명, 외부 출신이 1명이다. 윤 회장을 주택 출신으로 분류한다면 KB도 채널 간에 4명씩으로 정확하게 나뉜다.
윤 회장이나 이 내정자도 이런 구도를 유지할 뜻을 보이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옛 국민은행•주택은행이라는 채널 간 갈등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상업은행•한일은행 교차 임명 관행을 깨고 이순우 행장에 이어 상업은행 출신 은행장으로 내정된 이광구 내정자 역시 세간의 우려를 의식한 듯 '탕평(蕩平)' 인사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출신별 '비율'에 초점을 둔 인위적 형평 인사가 새로운 조직 과제 수행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조직 안팎에서 나온다. 각각 은행 통합 이후 십수 년이 지나 출신 구분이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아직도 출신별로 균등하게 맞추다 보니 능력은 뒷전이기 십상이다. 특히 핀테크(IT와 금융의 결합)나 글로벌 진출 같은 시대적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탕평을 내세운 '채널 배분'이 직무나 역량 중심의 효율적 인사를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1998년 7월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결합한 한빛은행의 후신인 우리은행은 조직 안팎의 형평 인사 요구에 따라 한일은행 출신이 대거 부행장 라인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KB국민은행도 채널 간 균형 인사가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가 내부에서는 초미의 관심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임영록 전 회장 취임 후 채널 간 숫자는 그대로 유지했지만 따져보면 채널1이 채널2에 크게 밀리는 양상이었다"며 "채널1 출신 상당수가 물먹는 바람에 내부 불만이 컸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 내분 사태도 돌이켜보면 첫 인사 때 채널 간 화합이 아닌 채널 간 갈등을 키운 측면이 많았다"며 "이후 인사권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내분 사태의 원인이라는 해석도 있다"고 말했다.
인위적인 '탕평' 시도나 '비율'을 맞춰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직무와 역량 중심의 '돌직구'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조직 안팎에서 나온다. KB국민은행 차장급 직원은 "채널을 맞춘다는 명분하에 인사 경험이 없는 사람이 HR로 간다거나 재무•전략 경험이 없는 사람이 CFO실로 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져선 안 된다"며 "직무와 역량이 우선이고 복수의 인재를 고를 수 있을 때 부분적으로 '비율'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규식 기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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