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차량이 많아 늘 복잡한 서울 시내 한 교차로. 서둘러 출근 중이던 A씨는 신호등에 녹색불이 켜지자 앞 차에 바짝 붙어 교차로에 진입했다. 그러나 교차로를 벗어나기 전 신호가 적색으로 바뀌어 버렸고 교차로에 가운데 A씨의 차량은 그대로 정지해버렸다. 그 때 교차 방향에서 녹색 신호를 받고 직진하던 B씨 차량과 충돌하고 말았다. 녹색 신호에 정상적으로 진입한 B씨는 차에서 내려 A씨에게 책임을 따지려 했다. 그런데 도리어 A씨가 큰 소리로 화를 내며 삿대질까지 하자 B씨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본인 과실이 아닌 것 같으면서도 A씨의 위압적인 모습에 위축된 B씨. A씨의 주장대로 차량을 들이받은 B씨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걸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교차로 정체 상황에서 꼬리물기를 한 운전자 A씨에게 더 많은 과실이 적용된다. 교차로 통행 방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교차로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신호를 위반한 차량의 과실이 100% 인정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앞차 꼬리물기를 하는 경우는 예외다.
교차로에 진입할 때 다른 차량의 통행에 방해될 우려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교차로에 들어가는 행위는 도로교통법상의 교차로 통행 방법 위반이 된다.
하지만 B씨 또한 신호에 따라 주행했다 하더라도 A씨 차량보다 뒤늦게 교차로에 진입했기 때문에 주의 의무 위반으로 과실이 10~20% 정도 인정된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다.
주의 의무란 신호에 따라 교차로에 먼저 진입했더라도 뒤늦게 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량이 있는지 좌우를 살펴 안전하게 출발할 의무를 말한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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