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 CEO부터 감사까지 ‘정치금융 입김 좌우
올해 하반기부터는 더 이상 눈치 보면서 인사하진 않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정권 중반에 접어들기 때문에 욕을 먹더라도 관철시키는 인사가 나오지 않겠는가.”
지난 4월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에서 흘러나온 분위기다. 세월호 사태가 불거지면서 ‘관피아(관료+마피아) 출신 재취업이 차단되자 특히 금융권 인사에 정치권 입김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의 4대 천왕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어윤대 KB금융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처럼 4대 천왕이라 불리는 인사들이 금융당국 위에 군림했다. 하지만 사실 거기까지였다.
전직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 때만 해도 금융위원장이 산하단체를 포함한 인사권을 행사했다. 위원장이 업계 평판을 비롯한 검증을 거쳐 후보를 올리면 청와대에서 승인해주는 형식이었고 그것이 뒤집히는 사례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설령 정치권을 통해 특정인을 내려보내게 되는 상황이 생겨도 금융당국에 먼저 의견을 구하면서 이뤄졌다”며 하지만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금융당국은 그저 부지런히 ‘심부름만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사통보는 청와대 비서실과 민정라인 등을 통해 금융당국을 거쳐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정작 경제수석실은 건너뛰기 일쑤다.
금융당국의 인사권이 크게 줄어들면서 금융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불쑥 치고 들어오는 사례가 많아졌다. 뚜렷한 금융 경험은 없지만 배경은 추측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이거나 박 대통령 동문인 서강대 출신, 또는 정권과 가까운 실세 세력으로 대부분 연결지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요즘 금융계에서 논란이 커진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에서부터 최경수 한국거래소이사장,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 정연대 코스콤 사장 등이다. 서강대 출신인 홍기택 KDB금융그룹 회장과 공명재 수출입은행 감사도 마찬가지다.
감사들은 아예 정치적 배경 일색이다. 최고경영자(CEO)나 은행장들이 끼어들 틈은 없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지난 10월 정수경 변호사를 상임감사로 임명했다. 정 감사는 2008년 친박연대 대변인을 지냈고, 2012년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41번을 받기도 했지만 금융과 깊은 끈은 없다. 상임감사 자리를 두고 홍역을 치르기는 기업은행도 마찬가지다. 기업은행은 지난 10월 이수룡 전 신창건설 부사장(전 서울보증보험 부사장)을 상임감사로 선임했으나 노조가 ‘은행업 경력도 없는 낙하산 인사라며 정치권과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시중은행 모 부행장은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금융당국 수장들의 인사권이 거의 사라졌다는 것은 이미 업계가 알고 있는 정도”라며 금융당국의 영(令)이 제대로 서지 않는 것도 있지만 제대로 된 검증 과정조차 밟지 않고 내려오는 사례가 많아 오히려 관치금융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협회장들은 관료 출신 선배들이 사라지고 민간 출신이 채워지면서 일하기 편해지긴 했지만 정체불명의 정피아들은 관치도 안 먹힌다”며 뒤에 누가 있는지 먼저 눈치를 봐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금융계 현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금융회사들에 대부분 뚜렷한 주인이 없는 상황에서 아무래도 자신의 인사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한 임원은 CEO를 쳐다봐야 할 금융계 임원들이 정치권으로 달려가고 있다”며 업무에 집중하는 것보다 사람을 많이 만나 평소에 연줄을 만들어 놓는 것이 생존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필상 민간금융위원회 위원장(서울대 초빙교수)은 문제점이 눈에 보였던 지시금융이나 관치금융보다 훨씬 더 시장에 위험한 게 ‘보이지 않는 금융”이라며 시장 안정에 대한 책임자인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나서 의혹을 해명하거나 문제를 시정하는 총대를 메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선걸 기자 / 송성훈 기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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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부터는 더 이상 눈치 보면서 인사하진 않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정권 중반에 접어들기 때문에 욕을 먹더라도 관철시키는 인사가 나오지 않겠는가.”
지난 4월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에서 흘러나온 분위기다. 세월호 사태가 불거지면서 ‘관피아(관료+마피아) 출신 재취업이 차단되자 특히 금융권 인사에 정치권 입김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의 4대 천왕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어윤대 KB금융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처럼 4대 천왕이라 불리는 인사들이 금융당국 위에 군림했다. 하지만 사실 거기까지였다.
전직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 때만 해도 금융위원장이 산하단체를 포함한 인사권을 행사했다. 위원장이 업계 평판을 비롯한 검증을 거쳐 후보를 올리면 청와대에서 승인해주는 형식이었고 그것이 뒤집히는 사례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설령 정치권을 통해 특정인을 내려보내게 되는 상황이 생겨도 금융당국에 먼저 의견을 구하면서 이뤄졌다”며 하지만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금융당국은 그저 부지런히 ‘심부름만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사통보는 청와대 비서실과 민정라인 등을 통해 금융당국을 거쳐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정작 경제수석실은 건너뛰기 일쑤다.
금융당국의 인사권이 크게 줄어들면서 금융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불쑥 치고 들어오는 사례가 많아졌다. 뚜렷한 금융 경험은 없지만 배경은 추측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이거나 박 대통령 동문인 서강대 출신, 또는 정권과 가까운 실세 세력으로 대부분 연결지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요즘 금융계에서 논란이 커진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에서부터 최경수 한국거래소이사장,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 정연대 코스콤 사장 등이다. 서강대 출신인 홍기택 KDB금융그룹 회장과 공명재 수출입은행 감사도 마찬가지다.
감사들은 아예 정치적 배경 일색이다. 최고경영자(CEO)나 은행장들이 끼어들 틈은 없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지난 10월 정수경 변호사를 상임감사로 임명했다. 정 감사는 2008년 친박연대 대변인을 지냈고, 2012년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41번을 받기도 했지만 금융과 깊은 끈은 없다. 상임감사 자리를 두고 홍역을 치르기는 기업은행도 마찬가지다. 기업은행은 지난 10월 이수룡 전 신창건설 부사장(전 서울보증보험 부사장)을 상임감사로 선임했으나 노조가 ‘은행업 경력도 없는 낙하산 인사라며 정치권과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시중은행 모 부행장은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금융당국 수장들의 인사권이 거의 사라졌다는 것은 이미 업계가 알고 있는 정도”라며 금융당국의 영(令)이 제대로 서지 않는 것도 있지만 제대로 된 검증 과정조차 밟지 않고 내려오는 사례가 많아 오히려 관치금융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협회장들은 관료 출신 선배들이 사라지고 민간 출신이 채워지면서 일하기 편해지긴 했지만 정체불명의 정피아들은 관치도 안 먹힌다”며 뒤에 누가 있는지 먼저 눈치를 봐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금융계 현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금융회사들에 대부분 뚜렷한 주인이 없는 상황에서 아무래도 자신의 인사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한 임원은 CEO를 쳐다봐야 할 금융계 임원들이 정치권으로 달려가고 있다”며 업무에 집중하는 것보다 사람을 많이 만나 평소에 연줄을 만들어 놓는 것이 생존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필상 민간금융위원회 위원장(서울대 초빙교수)은 문제점이 눈에 보였던 지시금융이나 관치금융보다 훨씬 더 시장에 위험한 게 ‘보이지 않는 금융”이라며 시장 안정에 대한 책임자인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나서 의혹을 해명하거나 문제를 시정하는 총대를 메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선걸 기자 / 송성훈 기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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