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52년 현암 김종희 회장이 한국전쟁 당시 사업보국을 내세우며 설립한 한국화약이 모태인 한화그룹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재계 9위로 발돋움하게 됐다. 특히 지난 1981년 김승연 2대 회장이 취임한 이후 M&A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규모도 커지는 모습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1982년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현 한화케미칼)을 인수하면서 10대 그룹으로 발돋움했다.
김 회장은 제2차 석유파동으로 세계 화학경기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임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들 회사를 인수했으며 이를 계기로 1980년 7300억 규모이던 한화그룹 매출이 1984년 2조1500억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현 한화케미칼은 한화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다.
이후 정아그룹(1985년·현 한화H&R), 한양유통(1986년·한화갤러리아), 골든벨상사(1995년·㈜한화무역) 등을 잇달아 사들인 김 회장은 2000년대 들어서도 동양백화점(2000년·한화타임월드), 대우전자 방산부문(2001년· ㈜한화 구미공장), 신동아화재해상보험(2002년· 한화손해보험) 등의 경영권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이 중 2002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인수는 M&A의 대표 성공사례로 꼽힌다.
한화그룹은 인수 당시 2조3000억원이었던 대한생명의 누적 손실을 6년만인 2008년 완전해소하고 연간 이익을 5000억원으로 불렸다. 보험업계 2위인 한화생명은 현재 한화그룹 전체 매출의 50%를 담당한다.
이외에도 지난 2002년 63시티(한화 63시티) 인수에 이어 2007년에는 미국 자동차 부품·소재기업인 아즈델(AZDEL)을 품에 넣음으로써 자동차 부품·소재를 전 세계 자동차 업체에 공급하는 네트워크를 갖췄다.
지난 2008년에는 제일화재해상보험(한화손해보험)과 새누리상호저축은행(한화저축은행)을 잇따라 사들였으며 2010년에는 푸르덴셜투자증권(한화투자증권과 합병)과 솔라원파워홀딩스(한화솔라원)를 인수했다.
또 2012년에는 당시 파산기업이었던 독일의 큐셀(한화큐셀)을 인수하면서 태양광 투자를 본격화했다.
이런 과감한 M&A로 한화그룹은 석유화학과 금융, 레저 및 유통, 건설, 태양광에이르는 수많은 사업을 거느리게 됐다. 이번에 삼성그룹의 석유화학 및 방위산업 계열사까지 인수함으로써 재계 서열 9위로 우뚝 섰다.
물론 M&A 과정에서 부작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8년에는 조선업을 그룹의 핵심축으로 만들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세우고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국제 금융위기 등이 겹치면서 허무하게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수많은 M&A 성공에는 김 회장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두드러졌다.
김 회장은 지난 2010년 검찰 수사 이후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이번 삼성 계열사 인수전에도 김 회장이 막후에서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대규모 M&A인 만큼 김 회장의 재가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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