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를 떠나보낸 K-OTC시장이 일 거래대금에서 회복세를 보이며 가까스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포스트 삼성SDS'를 찾아 운동화 끈을 바짝 동여매는 상황임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20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K-OTC 시장의 일 거래대금은 전 거래일 대비 소폭 증가해 15억9451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14일 삼성SDS가 유가증권에 상장하자 당일 일 거래대금만 33억원 급감한 뒤 또다시 10억원 줄어들며 하락세를 이어가다 전일부터 되찾은 상승세다. 삼성SDS는 K-OTC시장에서 최대 80%에 달하는 일 거래대금 비중을 차지해왔다.
일 거래대금만이 아니다. 이날 K-OTC시장 122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12조7910억원 가량으로 삼성SDS가 속해있던 지난 14일 시가총액 42조810억원보다 69.6% 빠졌다. 그간 K-OTC시장 시가총액 70% 가량을 삼성SDS가 담당해왔기 때문이다.
삼성SDS가 떠나면서 또다른 '삼성주'로 불리는 삼성메디슨과 꾸준한 거래량을 보이는 퀀텀에너지 등이 연일 거래 비중을 늘리며 빈 자리를 채워가곤 있지만 '포스트 삼성SDS'로는 역량 부족이다.
협회 측은 LG CNS와 현대엔지니어링 등 우량기업의 K-OTC시장 편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20여개 업체에 대한 K-OTC시장 진입을 기획 중이다.
하지만 '포스트 삼성SDS'자리를 꿰차기 위한 LG CNS와 현대엔지니어링 편입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K-OTC시장에 들어오려면 사업보고서 제출 기업으로 기존 주식 공모실적이 있어야 하지만 이들 기업은 이전 공모실적이 없다. LG CNS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1조2709억원으로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해 19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상반기 매출액은 2조17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성장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750억원으로 같은기간 50% 증가했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받는데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K-OTC시장에 들어올 경우 '포스트 삼성SDS' 자리를 공고히 할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김정수 금투협 K-OTC부장은 "우량기업의 K-OTC시장 진입에 있어 공모실적 요건이 발목을 잡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업이 동의할 경우 공모실적 없이도 편입이 가능하도록 이사회에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상장 기업의 자금조달 및 기업의 투명성 확보, 투자자의 투자 기회 활성화 측면에서는 등록요건 완화 등 금융위원회의 재고가 필요하다는 게 다수 업계의 반응이다.
양도차익에 과세 역시 고려돼야 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상장 시장인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과 달리 K-OTC시장은 비상장사가 들어와 있기 때문에 주식 매도시 최대 20%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현재 벤처기업, 중소기업, 대기업에 따라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율에는 차이가 있지만 투자자는 양도일이 속하는 분기 말일부터 2개월 내 신고를 해야 무신고가산세나 납부불성실가산세 등을 피할 수 있다.
협회 관계자는 "장외시장 활성화 역시 주식시장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게 사실”이라며 "공시 등 투자자에 대한 정보 제공을 성실하게 함과 동시에 상장기업 만이 아닌 비상장기업에 대한 투자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관련 기관의 움직임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