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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40년지기 故 최동원을 추억하다
입력 2014-11-13 07:27  | 수정 2014-11-13 08:54
사진=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저의 (최)동원이를, 우리들의 (최)동원이를 영원히 아껴달라.”
무려 40년을 알고 지낸 친구를 기억하는 목소리는 잔잔하면서도 뜨거운 격정이 들어차 있었다. 한국야구의 레전드이자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투수 故 최동원을 떠올리며 이만수 前 SK 감독이 감동의 당부를 남겼다.
故 최동원을 기리고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제정된 '제 1회 무쇠팔 최동원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부산 남구 문현동 금융단지 내 부산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열렸다. 사단법인 최동원기념사업회가 주관하고 부산은행이 후원한 이 행사는 故 최동원의 현역 선수 시절 등번호 11을 기념하기 위해 11월 11일 열렸고 KIA 타이거즈의 좌완투수 양현종이 초대 수상자가 됐다.
'무쇠팔 최동원상'의 초대 시상식은 여러모로 특별했다. 야구원로, 현장 관계자, 현역 선수, 야구 꿈나무 등 세대를 아우르는 야구인들이 참석했고 박민식 국회의원, 이명관 부산일보 사장, 성세환 BS 금융그룹 회장, 조의제 BN그룹 회장 등 부산 지역 주요 인사와 故 최동원의 유족들, 그리고 언론과 야구팬들이 자리를 지켰다. 초대행사는 시상식이기도 했지만 공식적으로 고인을 떠올리는 자리이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생생하게 故 최동원을 추억했고, 시상식의 마지막에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쥔 사람은 다름 아닌 이만수 전 감독이었다. 3년 전 작고한 고인의 곁을 지킨이가 40년지기인 이 전 감독이었기에 이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당초 SK의 감독에서 물러난 이후 야구 불모지인 라오스로 떠나 야구전도사로 나설 예정이었던 이 전 감독은 ‘제 1회 무쇠팔 최동원 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정도 연기했다.
이 전 감독은 친구를 위해서 오늘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하지만 밤을 지새워도 다 이야기를 할 수 없얼 것 같다. 내가 (최)동원이를 처음 본 것은 1972년 청주에서 문교부장관기 대회를 치를때였는데 그때 당시만해도 굉장히 작은 선수였는데 볼이 굉장히 빨랐다”며 故 최동원에게 받은 첫인상을 떠올렸다.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이 전 감독은 당시에 그래서 우리팀이 졌다. 그 이후부터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결승전만 가면 최동원 선수 때문에 이길수가 없었다. 나는 한양대, 최동원 선수는 연세대에 다녔다. 우리팀의 전력도 좋았지만 결국에는 최동원 선수 때문에 이길수가 없었다”며 프로에 들어와서도 삼성에 있었을 당시에도 또 준우승을 했다. 최동원 선수가 4연승을 했기때문에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며 새삼 고인의 대단한 야구실력을 기렸다.

한국야구에 더없을 인물로 많은 이들이 故 최동원을 떠올리는 것은 그의 야구 열정때문이기도 했다. 이 전 감독은 최동원 선수의 열정은 대한민국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최고였다. 그 최동원 선수의 야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우리 후배들이 그대로 배웠으면 좋겠다”며 뼈 있는 당부를 했다.
이어 이 전 감독은 프로야구가 벌써 30년이 지났는데 최동원 선수가 가장 잘한 것은 개인이 아닌 팀을 가장 먼저 생각했다는 점이었다. 그 점이 오늘의 최동원 선수를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오늘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자리를 잡은 것은 故 최동원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초대회장을 맡은 故 최동원은 선수협의 필요성을 절감해 창설을 주도했고 초대회장의 총대를 맸다. 이 때문에 구단들의 공공의 적이 된 故 최동원은 쫓겨나듯이 롯데 자이언츠를 떠나기도 했었다.
이 전 감독은 고인과의 마지막 추억도 떠올렸다.
최동원 선수가 운명하기 전날 병원에서 만났다. 당시 그 전까지는 의식이 없었는데 나의 손을 잡고 눈으로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더라. 그때는 잘 몰랐다. 어머니께서 말씀해주시는데 ‘동원이가 못한 야구를 니가 꼭 해주길 바란다고 저의 손을 꼭 잡으셨다. 저의 야구가 끝날 때까지 저의 선수, 최동원 선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끝까지 우리들의 최동원 선수를 성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불세출의 투수이자 곁을 떠난 40년지기 친구를 떠올리는 이 전 감독의 말은 담담했지만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었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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