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신해철 사건, 어떻게 되나…유사 사례·결과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고(故) 신해철의 사망 원인을 둘러싼 유족과 S병원 측의 진실 공방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S병원장이 유족 측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있어서다.
예상됐던 결과다. 법조계에서는 의료사고 소송의 경우 길게 약 2년간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환자 측이 병원의 과실을 입증하기 어렵다. 지난해 소비자원의 의료분쟁 상담 3만 7335건 가운데 피해 구제는 981건, 분쟁 조정은 617건으로 상담 건수의 4.3%만이 구제·조정됐다.

9일 송파경찰서에 출두하고 있는 S병원장(사진=강영국 기자)

S병원장은 지난 9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약 9시간에 걸쳐 강도 높은 경찰 조사를 받은 그는 자신의 주장을 이날 상세하게 폈다. 요약하면 ▲ 동의 없는 위 축소수술은 없었다 ▲ 수술 중 장 천공은 아니다 ▲ 금식 지시를 했다는 것이 S병원장의 주장이다.
앞서 고 신해철 유족 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 (동의하지 않은) 위를 접어 축소하는 수술을 했다 ▲ 수술 전(17일) 없던 장 천공이 수술 후(22일) 발견됐다 ▲ S병원 진료기록부에 'SOW(물을 조금씩 마셔도 된다는 의미)진행 후 퇴원'이라고 기재돼 있다. 금식 지시는 없었으며 "퇴원 후 미음·죽·밥 순서대로 식사하라"고 했다며 의료사고 의혹을 제기했다.

고 신해철 유족 측이 S병원장의 양심고백을 촉구했다(사진=유용석 기자)

심정지 후 신속한 응급처치가 있었는가에 대한 부분이 빠졌지만, 결과론적으로 이번 의료사고 논란에 가장 핵심적인 사인에서 양측 주장이 완벽히 엇갈렸다. 경찰은 "S병원장 주장에 일부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추가 소환 조사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으나 의료 전문지식이 없는 수사팀이 온전히 판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그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로부터 나오는 부검 결과와 대한의사협회 감정자문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경찰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도 감정 촉탁을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의사 2인이 의료 감정을 하고 의료전문변호사, 현직 검사, 시민사회·소비자·환자단체의 소비자권익위원 3인이 검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의사협회는 의료인과 법률전문가로 구성된 의료사안감정심의위원회를 비롯해 각 세부 전문과목 학회별로 구성된 심의위원회가 있다. 소비자(환자) 측 감시자가 없는 셈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0일 논평을 통해 "신해철 씨 유족은 경찰이 의료사고 감정촉탁을 의사협회 이외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도 하도록 강력히 요구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고 신해철의 의료사고 사망 사건의 진실 규명이 제대로 되려면 경찰이 감정촉탁을 의사들로만 구성된 의협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고 박주아와 한국환자단체연합회(사진 제공)

실제로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중견 배우 박주아가 신우암으로 로봇수술을 받다가 십이지장에 2.5cm 천공이 발생한 끝에 사망했다.
박주아는 그해 4월 18일 신우암 수술 직후부터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진통제 처방을 받다가 수술 종료 후 25시간이 지난 다음날 19일 오후 4시경이 되어서야 CT검사를 통해 천공사실을 발견했다. 문제는 500원짜리 동전크기의 천공으로 심각한 복막염이 발생했고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었지만 수술실과 마취과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응급수술은 5시간이나 지연된 당일 오후 9시가 되어서야 이뤄졌다. 그리고 박주아는 중환자실에서 한번도 깨어나지 못하고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박주아 유족은 장례 후 의무기록지를 확인하고 나서야 의료사고 개연성을 인지, 2011년 7월부터 환자단체연합회와 함께 의료진들을 형사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1년 6개월만인 2012년 12월 27일 의사협회 감정결과를 토대로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고 박주아와 고 신해철의 사망 사건은 과정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 박주아는 장유착이 심해 십이지장에 2.5cm 천공이 발생했고, 신해철은 심낭에 0.3cm, 소장에 1cm 천공이다. 다른 점은 신해철은 개복 수술과 복강경 수술, 박주아는 로봇수술을 받았다는 점이다. 또한 부검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 경찰이 얼마나 신속히 병원 압수수색을 했느냐의 차이점이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고 박주아의 선례를 참고하면 신해철 사건 의료인에게도 무혐의 불기소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의료사고 사망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료감정 결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어 "의료인은 동료 의료인에게 불리한 감정을 하기 힘들다. 의사협회 감정결과는 검사의 기소여부 및 판사의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상당수가 의료인에게 유리하게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의사협회는 이러한 일각의 시각을 이미 우려한 바 있다.
의사협회는 지난 7일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고 신해철 사망사건에 대해 중립적 위치에서 한치의 의혹이 없도록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의학적 관점에서 공정한 감정을 수행하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발표했다.
신현영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의료사안으로 접수되는 사건 대다수가 사법기관에 의해 의뢰되는 만큼 엄중한 의학적 판단을 요한다”면서 그간 본 단체는 장기간 의료사안 감정과 관련된 노하우를 축적하고 투명한 시스템을 구축해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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