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삼성전자 내년께 지주社 전환할까 관심
입력 2014-11-03 17:25  | 수정 2014-11-03 21:52
오는 14일 오너 일가가 다수 지분을 보유한 삼성SDS 상장에 이어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이 다음달 18일을 예정으로 상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면서 향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권 종목들이 줄줄이 하락한 3일에도 삼성그룹 지배구조 관련 이슈가 있는 종목들은 상승세를 보였다. 제일모직 상장 때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구주 매출)하는 삼성카드가 3.26% 올랐고, 삼성전자 지분 3.5%를 보유해 지배구조 개편의 한 축인 삼성물산이 2.77% 상승했다.
최근 자사주 매입을 공식 발표한 삼성증권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 취득 이슈가 불거진 삼성화재도 각각 2.62%, 2.26% 상승했다. 지난 6월 제일모직 상장 발표 때 삼성그룹주 상승을 이끌었던 지배구조 이슈 불씨가 되살아나는 모양새였다.
제일모직은 다음달 2~3일을 기관투자가 수요예측, 10~11일을 공모청약일로 잡고 상장 준비 작업에 분주하다. 삼성SDI 보유주식 500만주와 KCC 750만주, 삼성카드 보유주식 전부인 624만9950주 등 1874만9950주를 매각하고 1000만주를 새로 발행할 계획이다. 이로써 공모 이후 오너 일가 외 계열사의 제일모직 보유지분율은 삼성SDI 3.7%, 삼성전기 3.7%, 삼성물산 1.4%가 된다.
다음 수순으로 증권가에서는 삼성그룹이 제일모직을 둘러싼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계열사들이 제일모직 보유 지분을 추가 매각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현재 삼성그룹 핵심 지배구조만 보더라도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과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 등 여러 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있다. 이번 제일모직 구주 매출을 통해 삼성카드로 이어지는 고리는 끊기게 됐다. 박중선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룹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해선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물산이 잔여지분을 전량 매각해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그룹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비금융계열사가 보유한 금융 계열사 지분을 삼성생명에 넘기거나 처분해 금산분리 정지 작업에 들어간 바 있다.

다음으로 이르면 내년에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 분할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수많은 시나리오가 존재하지만 크게 보면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분할해 가칭 ‘삼성전자홀딩스를 세운 후, 오너 일가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4.69%)을 현물 출자해 20~5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극하는 시나리오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는 지주사 전환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마지막 수순은 실질적으로 삼성그룹을 총괄 지배하는 제일모직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이다. 제일모직이 이건희 회장에 이어 삼성생명의 2대 주주이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6.2%를 보유한 특수관계인이란 점 때문에 걸림돌이 많다.
핵심은 삼성생명이 어떻게든 삼성전자 지분을 전량 처리해야 하는데 현 시가가 11조원이 넘는 데다 처분 시 상당 이익을 유배당 계약자에게 분배해야 하는 등 복잡한 문제가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머지않아 지주사와 사업사로 나누는 인적 분할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면서도 다만 주가와 자금 문제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3~4년가량 시간이 지난 뒤 삼성전자 지주사와 제일모직의 합병이 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진정한 지배구조 개편 수혜주는 삼성SDS와 제일모직에 그칠 것이란 의견을 내놓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배구조 전문 애널리스트는 SK C&C가 공모가 3만원에 상장된 뒤 지난 7월 SK의 시가총액을 처음으로 넘어섰다”며 오너 일가에 유리한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진다고 보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은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주가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시영 기자 / 윤재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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