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2년전 100억대 탈세적발 은행과 공유안돼
입력 2014-10-24 15:41  | 수정 2014-10-24 21:24
매출 1조원 이상의 수출기업인 모뉴엘이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해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모뉴엘 서울사무소 겸 잘만테크 본사에 외부인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이충우 기자]
국세청이 2012년 모뉴엘에 대한 종합세무조사를 통해 가공순환매출 등 불법행위와 세금 탈루를 일부 밝혀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국세청은 탈루액에 대한 추징만 했을 뿐 검찰 수사 의뢰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4일 모뉴엘 직원은 "2012년 국세청이 모뉴엘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도 높게 진행했다"며 "당시 매출에 대한 서류 조작들이 적발됐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조사 등이 이어질 것으로 걱정했는데 국세청은 회사에 대해서는 100억원, 박홍석 대표 개인에게는 50억원 정도를 추징했다"고 말했다.
모뉴엘 측 탈법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고 금융권 등에 대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모뉴엘에 대한 세무조사를 2012년 진행했는지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사기나 기타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했다는 정황이 나오면 조세범칙심의위에 안건으로 올리고 검찰 고발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며 "해당 기업이 '고의적ㆍ악의적ㆍ조직적'으로 조세를 포탈했다는 구체적 혐의를 포착해야 검찰 고발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모뉴엘 세무조사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확인했더라도 고의나 악의가 없는 일회성 실수라고 판단해 추징만 하고 끝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에서는 국세청이 검찰 고발 등을 하지 않는 한 정보공유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가공매출을 해왔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한다. A은행 관계자는 "모뉴엘이 세무조사를 받고 추징금을 낸 것은 알지만 가공매출을 확인했다는 사실은 전혀 들은 바 없다"며 "알았으면 조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가공매출이 있었다면 검찰 고발 조치가 뒤따랐어야 했다"며 "국세청이 세무조사 이유나 혐의 정보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은행들이 몰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우리은행은 세무조사가 진행되던 2012년 말부터 '모뉴엘이 이상하다'고 판단하고 신규 거래를 끊기 시작해 2013년 여름에는 거래 관계를 청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모뉴엘 거래 내용을 보니 모두 만기 6개월짜리 외상거래였고 한 거래처와 거래한 규모가 전체 중 50%를 차지하는 등 너무 편중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별한 기술력도 없는 이런 업체가 매년 50%씩 성장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 거래를 청산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여신 심사가 부실했는지를 신중하게 조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잘나가는 기업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대출해줬을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혐의는 없다"며 "수출금융 전반이 위축될 염려가 있어 신중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실심사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무역보험공사는 2010년 모뉴엘에 우수기업 표창을 했고 모뉴엘 성장을 자신들 성과로 적극 활용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다인랩(모뉴엘 자회사)이란 작은 중소기업이 모뉴엘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역보험공사(K-sure) 지원제도 덕분"이라고 홍보했다.
[김기철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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