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마켓레이더] 현대차 주가가 더 오르려면
입력 2014-10-20 17:06 
속절없이 밀리던 자동차 주가가 드디어 반등을 시작했다. 주주들과 교감 없이 이뤄진 현대차의 한전 용지 고가 낙찰이 투자자들 공분을 사 대규모 자금 이탈을 낳았지만 주가가 바닥 아니냐는 기대감도 솔솔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전 용지 매입에 들인 1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돈을 본업과 관련된 해외 브랜드 인수ㆍ합병(M&A), 친환경 기술 연구개발(R&D)에 들였다면 미래에 큰 성장동력이 됐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여전히 크다.
이탈리아 피아트가 크라이슬러를, 중국 체리가 볼보를, 인도 타타가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인수할 때도 이 정도 큰돈을 쏟아붓지는 않았다. 게다가 3년간 박스권 횡보로 수익에 목말라 있는 국내외 주주들은 현대차 3인방이 현금 보유액 26조원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쓸 것으로 기대하던 상황이었다. 현대차가 배당으로 화답할 것이란 예측이 빗나가면서 실망은 더 커졌다.
국내외 주주들의 감정 섞인 이탈이 현대차 주가를 한전용지 발표 전과 비교해 무려 22%나 끌어내렸다. 외국인들은 주주들이 인정할 수 없는 일방적인 결정을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태도는 전형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시총 1위 삼성전자와 2위 현대차의 주가 폭락은 곧 바로 코스피 1900선 붕괴로 이어졌다.

많은 주주가 힘겨워하고 있다. 각종 연기금, 운용사, 자문사, 보험사 같은 대형 기관부터 증권사 객장을 드나드는 소액 개인투자자까지 많은 주주가 피해를 면치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매크로가 급작스럽게 악화되면서 전 세계 자동차업체 주가가 종목을 불문하고 곤두박질치고 있다. 미국의 성장이 올해 5%대에서 내년 1%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경쟁까지 심화되면서 인센티브 없이 어떤 업체도 판매량을 늘리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6년간 역성장에서 겨우 벗어나나 싶던 유럽도 경제 악화 우려가 재현되면서 내년 기대 수준을 낮춰야 하는 처지가 됐다. BMWㆍVW 같은 건강한 유럽 메이커들 주가마저 크게 하락한 이유다. 유일한 성장 지역인 BRICs도 브라질ㆍ러시아에서 내년까지 판매 감소가 예상되고 올해 판매가 견조했던 세계 1위 중국도 자동차 소비 둔화와 경쟁 심화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모디노믹스' 덕분에 인도 자동차 판매만 내년도 11% 가까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본업에서 최선을 다해도 시장을 이기기 어려운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위기에 정신을 가다듬어 '현대다운' 모습을 주주들에게 보여줘야 할 때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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