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관피아' 떠난 자리…政피아, 금융권 감사·사외이사 자리 점령
입력 2014-10-15 18:12  | 수정 2014-10-16 10:48
금융권에서 '관피아(공무원 출신)'가 떠난 자리를 '정피아(정치인 출신)'가 재빨리 점령하고 있습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책은행인 기업은행(IBK)과 계열사들은 '정피아의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정치권 출신 감사와 사외이사가 대거 포진했습니다.
 
양종오 IBK캐피탈 감사는 2012년 새누리당 대선 캠프였던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 몸 담았습니다.

기업은행의 조용 사외이사는 강원도 정무부지사와 한나라당 대표 특보를,한미숙 사외이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중소기업비서관을 거쳐 이명박대통령기념재단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또 서동기 IBK자산운용 사외이사는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지지 모임인 국민희망포럼 이사 출신입니다.

한희수 IBK저축은행 사외이사는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임특보와 뉴라이트봉사단 전국협의회 부산 상임대표를 지냈습니다.
 
산은금융지주도 기업은행 못지않은 '정피아의 천국' 입니다.
 
산은지주는 지난 대선 당시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가미래연구원의 발기인이었던 홍기택 중앙대 교수가 회장으로 취임해 홍 회장의 취임를 둘러싸고도 '정피아' 논란이 일어났었습니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증권의 감사는 새누리당 논산·계룡·금산당원협의회 위원장을 지내고 2012년 총선에 출마했던 이창원씨입니다.
 
산은지주의 홍일화 사외이사는 한나라당 부대변인, 중앙위원회 상임고문 출신이며, 산은자산운용의 여해동 사외이사도 한나라당 재경수석전문위원을 지냈습니다.

공명재 수출입은행 감사는 새누리당 대선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 힘찬경제추진위원을 맡았습니다.

박대해 기술보증기금 감사는 친박연대 국회의원을 지냈습니다. 조동회서울보증보험 감사는 2007년과 2012년 대선에서 각각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권영상 한국거래소 감사는 2004년 총선에서 경남선대본부장을, 2007년 대선에서경남선대위 정책본부장을 각각 지냈습니다.

다른 정피아와 마찬가지로 역시 금융권 경력이 전혀 없습니다.
 
예금보험공사(예보) 감사는 문제풍 전 새누리당 충남도당 서산·태안 선거대책위원장입니다.
 
예보는 또 서병수 새누리당 의원 후원회의 회계책임자 출신인 최성수씨를 비상임이사로 임명하기도 했습니다.

친박 서 의원과 고교·대학 동문인 그는 2012년 대선 때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논란이 된 '서강바른포럼' 회원이기도 합니다.
 
정송학 자산관리공사 감사는 여권 내 호남 몫 인사로, 2006~2010년 한나라당 소속 서울 광진구청장을 지내고 2012년 새누리당 공천으로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했습니다.
 
예보가 대주주인 우리은행은 지난 10일 신임 감사로 2012년 총선의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정수경 변호사를 선임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이사회에도 '정피아'들이 포진했습니다.
 
한상열 상임이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정무보좌관, 건설교통위원회 정책보좌관 등을 지냈습니다. 윤문상 비상임이사는 새누리당 사무총장실과 정책의장실 보좌관 등으로 일했으며, 김기호 비상임이사도 한나라당 국회의원 비서관을 지냈습니다.
 
지방은행도 예외는 아닙니다.

경남은행의 박판도 감사는 민자당 창원을(乙) 부위원장을 시작으로 한나라당 소속 경남도의회 의장을 지낸 지역 정치인입니다.

박원구 사외이사는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민생경제위원을 역임했고, 권영준 사외이사는 한나라당 경남선거대책위원회에 몸을 담았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을 외치지만, 금융 분야에는 전문성도 없고 업무에 문외환인 정치권 출신을 논공행상 식으로 투입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황윤원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관피아는 공직윤리가 흔들릴 때 문제가 되지만, 그래도 전문성은 있다"며 "정피아는 전문성도 없고 정치적 편향성이 강해 관피아보다 더 해롭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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