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징크스, 11번째 징크스는?
입력 2014-10-15 12:26  | 수정 2014-10-15 16:42
박근혜 대통령이 짧은 3박 5일의 일정으로 해외 순방길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청와대는 불안불안합니다.

박 대통령이 비행기를 탈때마다 우연치고는 너무 묘하게 굵직한 정치적 사건들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번까지 포함하면 박 대통령은 모두 11번의 해외 순방을 갔는데 떠날 때마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벌어졌습니다.

아마도 첫 해외순방길에 터진 윤창중 전 대변인 사태는 이런 해외 순방 징크스의 전조가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 인터뷰 : 윤창중 / 전 청와대 대변인(13년 5월11일)
- "그 여자 가이드의 허리를 툭 한차례 치면서 앞으로 잘해.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 이렇게 말을 하고 나온 게 전부였습니다."

두번 째 순방인 지난해 6월 중국 방문 직전에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놨습니다.

3차 해외 순방인 지난해 9월 러시아 베트남 방문 때에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 인터뷰 : 채동욱 / 전 검찰총장(13년 9월30일)
- "39년 전 고등학교 동기로 만나 누구보다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아내, 또 하늘나라에서도 변함없이 아빠를 응원해주고 있는 저의 큰딸, 또 일에 지쳤을 때마다 희망과 용기를 되찾게 해준 작은딸 너무나 고맙습니다.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이때는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까지 터졌습니다.

채동욱 사건과 이석기 사건이 맞물리면서 정치권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습니다.

당시 야권은 청와대가 채 전 총장을 찍어내기 한 것 아니냐, 공안 정국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었습니다.

해외에 있었던 박 대통령의 심기가 좋을 리 없었겠죠.

4차 해외 순방인 지난해 10월 APEC 정상회의 참석 때는 기초노령연금 공약 파기로 큰 파문이 있었습니다.

박 대통령의 측근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항명 사퇴했고, 박 대통령은 귀국 후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습니다.

서유럽을 찾았던 5차 순방 때는 통합진보당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가 있었습니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정당해산 심판 청구가 있었던 터라 법무부가 대통령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해외순방 중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았습니다.

6차 순방인 지난 1월에는 사상 초유의 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졌고, 현오석 당시 부총리가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고' 국민을 비하해 큰 곤욕을 치렀습니다.

7차 해외 순방 때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증거 조작 사건을 수사하던 국정원 직원이 자살을 기도했고, 8차 해외 순방은 세월호 참사 대국민 사과후 UAE 원전 행사에 간 터라 야당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대통령(2014년 4월29일)
-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고 초동대응과 수습이 미흡했던데 대해 뭐라 사죄를 드려야 그 아픔과 고통이 잠시라도 위로받을 수 있을지 가슴이 아프다"라며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게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

9차 해외 순방때는 더 기막힌 일이 벌어졌습니다.

전군 비상 대비태세가 내려진 상황에서 신현돈 1군 사령관이 위수지역을 벗어나 음주 추태를 벌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친일 논란이 온 나라를 강타했습니다.

▶ 인터뷰 : 문창극 / 국무총리 후보자 (6월16일)
- "(야당 쪽에서 사퇴여론이 아직도 거센데, 그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거는 야당에 가서 물어보시는 게 좋겠네요."

▶ 인터뷰 : 문창극 / 국무총리 후보자 (6월16일)
- "(세월호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붙잡은 손 누구야? 그러면 안 되는 거지…. 어느 신문이죠? (제주 4.3 사건에 대해서 피해자들이 불만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10번째 해외 순방이었던 캐나다 미국 방문 때는 송광용 교육문화수석이 출국날 갑자기 사의를 표명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습니다.

인천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주무 수석이 갑자기 물러났으니 그 배경을 놓고 갖가지 설이 난무했지만, 청와대의 설명은 '학교로 돌아간다고 했다'는 짧은 한마디 였습니다.

박 대통령의 이번 해외 순방은 11번째입니다.

공교롭게 박 대통령이 출국 비행기에 오른 어제 40일째 모습을 감췄던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팡이를 짚고 나타났습니다.

오늘 남북 장성급 회담도 10년 만에 열렸습니다.

이전 징크스들처럼 적어도 나쁜 징크스는 아닌 듯 합니다.

아직 정치권에서 큰 사건은 없습니다.

박 대통령이 11번째 해외순방길에 나쁜 징크스를 깰 수 있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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