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대북 전단 살포를 바라보는 여와 야, 청와대
입력 2014-10-13 13:58  | 수정 2014-10-13 16:35
북한 최고 실세 3인방의 방문으로 뭔가 풀릴 것 같았던 남북 관계는 대북 전단 살포와 이에 대한 북한의 사격으로 다시 꼬여가고 있습니다.

북한의 주장대로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그냥 바라만 보고 있었던 우리 정부가 잘못한 걸까요?

아니면, 정당한 민간 단체의 대북 인권 활동을 총으로 위협한 북한이 잘못한 걸까요?

조금은 시각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대북 전단은 정부로서는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참여 정부인 2004년 6월 남북은 상호비방 중단을 합의했고, 이에 따라 우리 군이나 정보기관의 대북 전단 살포는 중단됐습니다.

그러자 탈북자 단체로 구성된 민간이 나섰습니다.

이때부터 정부의 딜레마가 시작됐습니다.

민간이 하는 일을 정부가 나서서 막기란 법적으로도 불가능했고, 그대로 방치하자니 남북 관계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풍선에 수소를 주입하는데 착안해 고압가스관리법을 적용해 전단 살포를 막으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민간단체 대표가 고압가스 관리 자격증을 따 전단 살포를 강행했기 때문입니다.

국회에서 대북 전단 살포 사전등록제를 입법하려고 했지만, 표현의 자유를 해친다는 주장에 밀려 무산됐습니다.

보수층의 반발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처지였습니다.

이 고민이 고스란히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일단 박근혜 정부는 최근 북한 3인방의 방문으로 만들어진 대화 분위기를 깨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통일준비위 전체회의에서 한 말이 그 증거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대통령
- "5.24조치 해제를 남북대화로 풀어야 한다"

박왕자 씨 피격 사건으로 시작된 5.24 조치에 대해 그 동안 우리 정부의 입장은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가 우선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오늘 박 대통령이 이런 기존 방침을 접고 대화로 얼마든지 풀 수 있다는 뉘앙스를 던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런 마당에 대북 전단 살포는 정부로서는 참으로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득보다 실이 큰 대북 전단 살포를 막아야 할까요? 아니면 보고만 있어야 할까요?

정치권의 시각도 제각각입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1일 한 행사에참석해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11일)
- "어쨌든 우리가 북을 자극하는 일은 가능한한 안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결국 그래가지고 대화가 되지 않는 북을 자극해서 우리가 피해를 입는다."

그러나 같은 당 이인제 최고위원의 생각은 다릅니다.

민간단체가 올바른 일을 하고 있고, 또 민간 단체가 하는 일을 정부가 나서서 통제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 인터뷰 : 이인제 / 새누리당 최고위원(오늘)
- "입만 열면 자기들이 지상천국이라고주장하는데 그 전단이 뭐가 문제가 돼서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지 대범하게 밀고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정부가 전단 살포를 막지 못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 인터뷰 : 문희상 /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오늘)
- "정부의 무책임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자율적 판단이라 어쩔 수 없지만 그로 인해 국민들의 안전에 위협이 왔다. 이명박 정부는 민간의 대북전단 막았다. 지난 4월 5월엔 경찰 병력 동원해 막았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오늘)
- "전단 살포는 당장 안보불안 야기하고 생명 재산에 대한 위험 발생시킨다. 경찰이 위험발생 방지 위해 규제할 수 있도록 표현의 자유도 국가안전보장 공공복리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을 때 제한 가능하다."

대북 단체들은 앞으로 비공개로 전단 풍선을 띄우겠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북한의 반발이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북한은 오늘 대북전단 살포가 계속될 경우 더 강한 '물리적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고위급접촉 북측 대표단 대변인 담화'를 통해 "삐라 살포와 같은 엄중한 도발이 계속되는 한 그를 막기 위한 우리 군대와 인민의 대응은 보다 강도 높은 섬멸적인 물리적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제2차 북남 고위급접촉의 가능성을 열어놨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모처럼 마련돼가고 있는 개선 분위기를 계속 살려나가는 것"이라고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전단 살포를 그냥 방치하면 남북관계는 파국이고, 정부가 이를 막으면 2차 고위급 접촉은 가능하다는 뜻일까요?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남북관계에서도 원칙과 신뢰를 중요시하는 박 대통령이 이 갈림길에서 어느 쪽을 택할까요?

그 선택에 따라 남북관계가 크게 좌지우지 될 것 같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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