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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 28년 만의 金보다 값진 韓축구의 ‘부활’
입력 2014-10-04 06:01 
2014 브라질월드컵 직후 절망이 더 가득했던 한국축구, 침체에 빠지나 싶었다. 그러나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로 다시 일어섰다. 사진(인천)=한희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축구는 숙원을 풀었다. 28년 만에 남자축구 결승에 진출한데 이어 역대 네 번째 금메달을 땄다. 여자축구에서는 비록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첫 2회 연속 동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무엇보다 값진 소득은 한국축구의 ‘부활이었다.
지난달 1일 이광종호가 윤덕여호에 이어 파주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입소했다. 아시아경기대회를 향한 본격적인 준비였다. 남녀 축구대표팀은 동반 금메달을 꿈꾸며 뜨거운 열정 속에 구슬땀을 흘렸다. 허나 밖의 축구계 분위기가 마냥 좋지 않았다.
한국축구를 향한 시선은 따갑고 차가웠다. 3개월 전 2014 브라질월드컵의 부진으로 등을 돌린 축구팬이 적지 않았다. 1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저조한 성적에다 내용 또한 실망스러웠다. ‘엔트으리 논란 속에 투지마저 잃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재미와 희망도 없이 퇴보했다는 평까지 들었다. 추락, 그 끝은 없었다.
4년마다 불었던 월드컵 붐?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차갑게 식었다. 빙하기가 따로 없었다. 해외파 위주로 월드컵을 치렀다고 하나, 국내 축구 인기의 척도가 될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경기에 구름관중이 몰린 건 극히 적었다. ‘월드컵 흥행이라는 말이 사라졌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는 브라질월드컵 이후 가장 먼저 치른 국제대회였다. 한국축구는 이번 대회를 통해 반등을 꾀했다. 지난 9월 A매치 2연전에서 화끈하고 공격적인 축구(내용)로 죽지 않았다는 걸 알렸다면, 이번 대회는 결과물(금메달)을 만들어내야 했다.
이광종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브라질월드컵 실패로 국민께서 실망하신 걸 알고 있다. 꼭 금메달을 따서 다시 축구 붐이 일도록 만들겠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윤덕여 감독의 목표 또한 다르지 않았다. 달라지고 강해진 여자축구를 선보여 보다 붐업을 하겠다고 했다.
한국축구는 이번 대회 금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로 역대 아시아경기대회 최고 성적이다. 1990년 베이징 대회에서 여자축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남자축구는 동메달만 2개 땄다. 4년 전 광저우 대회에서 처음으로 동반 메달 획득(동메달 2개)을 한 것을 넘어선 ‘기념비적인 성과였다.
결과 뿐 아니라 연출도 훌륭했다. 이렇게 기적 같은 우승도 없었으며, 이렇게 아쉬웠던 패배도 없었다. 웃고 또 울고, 19일간의 도전은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구성도 짜임새가 있었다. 잃어버렸던 투지와 근성이 다시 살아났다. 맥없던 3개월 전의 모습이 아니다. 이제야 한국축구다웠다.

한국축구는 목표를 이뤘다. 대반전이 이뤄졌다. 다시 뛰는 한국축구는 속도가 붙었다. 그리고 등을 돌렸던 축구팬을 다시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하나같이 열광했다. 길거리에 모이지 않아도 저마다 경기를 지켜보며 환호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으며, 또한 한 번 터진 눈물은 멈추지가 않았다. 한국축구의 진정성 있는 감동에 마음이 다시 열렸다.
한국축구는 살아있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도 품었다. 아시아경기대회가 끝이 아니다. 남자축구는 내년 1월 아시안컵에 나간다. 1960년 이후 55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아시아경기대회보다 무관이 더 오래됐다. 그 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예선이 기다리고 있다.
여자축구 또한 11월 동아시안컵 예선을 치른 후 내년 캐나다에서 열리는 여자월드컵에 참가한다. 두 번째 도전이다. 12년 전 조별리그 탈락에 그쳤지만, 이번엔 제대로 대형 사고를 치겠다는 포부다.
끝이 없다. 한국축구는 계속 달려가야 한다. 쓰러져 좌절했다가 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 일어섰다. 떠났던 팬의 마음도 얻었다. 그 달리기에 힘이 붙었고 신이 나기 시작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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