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90개국에 수출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쓰리쎄븐의 손톱깎이. 한때 중국 하이닝 소재 A금속공장 책임자의 상표 도용으로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열처리와, 도금, 연마공정에서 타 기업과는 다른 노하우를 적용해 만든 제품이라 품질 면에서 자신 있게 내세웠는데, '짝퉁' 손톱깎이로 인해 품질 논란에 휩싸이게 됐기 때문이다.
#10년 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재력가 황모(50)씨. 지인들에게 장기투자로 골드바가 좋다는 말을 듣고 순도 999.9‰이 찍혀있는 골드바 2개를 구입했다. 그리고 10년 후 아들의 결혼자금에 보태기 위해 골드바를 매각하려고 거래소를 찾은 황씨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순도 97%의 금 합금제품이라며 제 값을 다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10년 전보다 금값이 크게 올라 원금보다는 더 건졌지만 금전적으로 분명 피해를 봤다.
손톱깎이 브랜드로 잘 알려진 쓰리쎄븐이나 황씨의 사례처럼 상표나 인증 도용 등으로 피해를 입는 소식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상품 등을 위변조한 이른바 '짝퉁' 상품이 눈에 띄게 많아진 까닭이다. 유사 상품이 밀물처럼 쏟아지면서 정부 차원의 대응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 짝퉁 시장 규모가 한 해에만 8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등 찰나의 순간에 국가 경제를 좀먹는 암적인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 한국조폐공사가 새삼 주목 받고 있다. 돈을 찍어내는 '돈 만드는 공장'으로 익히 잘 알려진 곳이지만 최근 첨단 위변조방지 기술을 일반에 공개하면서 그 역할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앞서 사례를 든 쓰리쎄븐의 경우 조폐공사의 '금속잠상' 특허기술을 2010년 12월 도입해 중국 짝퉁 손톱깎이에 대응했다. 이 기술은 금속에 특수 압인 작업을 하는 것으로 각도에 따라 두 가지 문양이 번갈아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기술 도입으로 '777'이 새겨진 쓰리쎄븐 손톱깎이는 더 이상 복제품 생산이 불가능해졌다.
황씨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도 금속잠상이 적용되고 있다. 조폐공사가 인증하거나 판매한 골드바의 뒷면에는 특수 압인 작업을 했기 때문에 보는 각도에 따라 'Au'와 '9999'가 번갈아가며 나타난다. 이 인증은 세계 어디에서든 인정받을 수 있다.
금속 잠상 기술 외에도 Hidden QR(보안 QR코드), Smartsee(스마트기기 인식용 보안패턴)는 조폐공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위변조방지 기술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Hidden QR은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QR코드를 인쇄해 스마트폰 앱을 통해 QR코드를 확인하고 해당 사이트로 연결시키는 원리로 작동한다. 복제가 되지 않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만큼 추가 설비가 필요 없어 저비용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평가다. 위폐, 위조증명서 등을 쉽게 확인하는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Smartsee는 상품권에 육안으로 보이지 않게 인쇄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숨은 그림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다. Hidden QR와 같이 복제가 되지 않고 추가 설비가 필요 없어 저비용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조폐공사는 설명했다. 위조신분증 감별 등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화동 조폐공사 사장은 "자체 개발한 첨단기술을 민간에 개방해 민간 기업 등과 함께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원본과 사본을 쉽게 육안으로 구별할 수 있는 조폐공사가 개발한 Ghostsee(복사방해패턴) 기술은 삼성전자가 보안문서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도입한 바 있다. 학력 위조 사건으로 국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 사건을 계기로 신광사 등에서는 현재 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Ghostsee 기술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글씨(비표)가 복사를 할 경우 나타나 원본과 복사본의 구분을 가능하게 해준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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