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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차태현 “믿고 보는 배우 타이틀 부담 無, 난 하정우 믿고 봐”
입력 2014-09-30 14:25 
사진=곽혜미 기자 / 디자인=이주영
진짜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 지 궁금하다. 더 늦기 전에, 밖에 나가봐야겠다”
남들이 못 보는 찰나의 순간까지 볼 수 있는 동체시력의 소유자 여장부(차태현 분). 어린 시절부터 독특한 시력 탓에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된다. 20년 동안 TV 드라마만 보며 집에서 칩거 생활을 하다가, 세상 밖으로 나와 CCTV 관제센터에 취직한다. 특별한 능력으로 에이스에 등극한 그는 은밀하게 지켜보고 슬쩍 다가가 반말하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CCTV 속 주인공들을 향한 수상한 미션을 시작한다. / ‘슬로우 비디오


[MBN스타 여수정 기자] 이름만 들어도 유쾌해지고 기분 좋아지는 배우 차태현이 영화 ‘슬로우 비디오로 웃음과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그가 맡은 배역은 여장부로, 동체시력을 가진 평범한 그러나 사실 그리 평범하지 않은 독특한 인물이다.

대중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동체시력은 같은 장면을 봐도 평범한 사람들 눈에는 그냥 화면이지만, 여장부의 눈에는 슬로우 비디오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가오는 것이다. 기발한 소재와 능력, 이를 통해 발생하는 사연 등이 ‘슬로우 비디오에 담겨 신선하고 흥미롭다.

특히 믿고 보는 차태현이 주인공을 맡았기에 이번에도 의심 없이 즐기면 된다. 영화,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속 그의 매력만을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재미에 예상치 못한 감동까지 선사하며 기대 이상이다.

내가 가진 웃음을 믿고 영화를 볼 관객들은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무엇인가를 느끼고 가게 될 것이다. 관객들에게 ‘슬로우 비디오 속 내 모습이 불편하게 갈지, 신선하게 갈지는 아직 모르겠다. 사실 전략적으로 가족영화 장르만을 선택하는 건 아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헬로우 고스트 등을 하면서 의도한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이런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 같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반전은 생각하지도 못했고, 찍으면서도 의아했다. 편집본을 본 후 내가 연기했음에도 스스로 ‘아, 이럴 수도 있겠네 싶더라. (웃음) 캐스팅 전 김영탁 감독님이 찾아와 ‘멜로영화인데 괜찮아?라고 묻더라. 그러나 내가 멜로를 찍으면 안 보러올 것 같은지 코미디 장르로 밀고 있는 것 같다. (웃음) 시나리오는 완성본처럼 친절하지 않았다. 완성본이 더 편하게 구성되었고 더 독특하게 나온 것 같다.”

시나리오보다 더 독특하게 나온 것 같다는 차태현의 말처럼 극중 여장부는 최고의 친화력으로 최상의 엉뚱 발랄 매력을 자랑한다. 손가락이 오글거리는 멘트도 담백하게 소화하는가하면, 첫사랑을 닮은 봉수미(남상미 분)를 시종일관 관찰하며 21세기형 로맨티스트로 변신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일상 속 말투인지, 드라마 속 말투인지 구분이 안 가는 그의 대사 톤은 새로워도 너무 새롭다.

20년 동안 집에서 TV만 시청했기에 드라마 속 대사 톤으로 말한다는 여장부의 설정이 좋더라. 극중 여장부의 대사 톤은 거의 감독님 톤이다. 내가 평소 안 해본 톤이라 매력적일 수도 있고 신선할 수도 있다. 초반, 감독님이 살을 빼줄 것을 제안했다. 감독님의 제안에 왜 집에만 있는데 살이 빠지지 라고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집에만 있던 여장부가 세상에 나왔을 때 좀 더 멋있었으면 한다고 제안한 것이더라. (웃음) 여장부의 극중 대사도 오글거리지만 감성이 이상하지 않아 좋다. 극중 수미를 유심히 관찰하는 모습도 시나리오에서는 더욱 강했다. 때문에 매우 이상한 아이처럼 그러졌었지만, 수미를 따라가면서 많이 친절해진 것이다.”

여장부의 대사 톤과 내레이션 톤이 다른데, 만약 같은 톤이었다면 어색했을 것이다. 보통의 배우들이라면 감독님의 시나리오를 한 번에 읽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나와는 코드가 맞다. (웃음) 다들 의아했지만 완성본을 보고 아 이랬구나 하더라. 난 빵빵 웃음이 터지지는 않았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사진=곽혜미 기자
‘해피선데이-1박2일을 통해 전보다 더 대중에게 친밀해진 차태현. 이에 그는 시민들이 나에게 인사를 할 때 내가 격하게 반가워하지 않거나 아는 척을 안 하면 실망하더라. 그래서 ‘1박2일을 하면서 인사성이 밝아졌다”며 친근한 배우의 흔한 일상을 밝히기도 했다.

친근한 차태현 이전에 그는 충무로의 믿고 보는 배우 중 하나다. 흥행 성적도 성적이지만 모든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면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타이틀보단, 연기함에 있어 부담감이 없는 배우가 있을까 또는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대중들은 날 믿고 보는 배우라고 말하지만 나에게 있어 믿고 보는 배우는 하정우, 송강호 등이다. 나와 다른 코드와 연기를 선보이는 류승범이 부럽다.”

이미 대중에게 연기력을 인정받은 차태현임에도 연기에 있어 겸손함을 보이며 끊임없이 발전할 모습을 예고했다. 대한민국의 한 배우이자 한 가정의 남편, 아빠로서의 각오도 드러내 이보다 더 큰 활약을 알렸다.

사진=곽혜미 기자
사실 19금 장르를 선호하지 않는다. 또 19금 영화에 날 대입 해봐도 꽤 좋은 결과는 나오지 않더라. (웃음) 악역이 내 연기의 마지막 숙제 같다.”

‘슬로우 비디오 속 여장부의 삶 자체가 나와 비슷하다. 나 역시 조급해하며 살지는 않지만, 세월이 참 빠르다고 느낀다. 아빠가 연예인이니까 아이들이 20살 되기 전까지는 인기있는 배우이고 싶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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