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view point] `대출금리 역주행` 주범은
입력 2014-09-28 18:46 
"대출금리가 올라갔다고요? 금융당국에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늘리라고 압박하지 않았으면 금리가 '오락가락'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불려간 A은행 여신 담당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지난 24일 금감원은 8월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전월보다 올라간 하나ㆍ외환ㆍ기업ㆍ농협은행의 여신 담당 부행장을 불러 "편법으로 대출금리를 인상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로 예금과 대출금리가 '뚝' 떨어지는 가운데 이들 4개 은행만 대출금리를 올렸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은행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대출금리를 의도적으로 올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를 금융당국도 모르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2월 말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면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올해까지 20%, 2017년 말 40%까지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고객들이 변동금리형 대출상품을 찾는 상황에서 고정금리형 상품 판매 비중을 맞추기 위해선 한시적으로라도 가산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B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요구한 비율을 맞추기 위해 노마진 수준으로 금리를 무리하게 낮춰서 운용했다가 8월부터 원래 수준으로 정상화시켰다"며 "정부 압박이 없었다면 금리가 이처럼 크게 오르락내리락할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정책을 발표한 이후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하나ㆍ외환ㆍ기업ㆍ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은행 평균 금리보다 최대 0.3%포인트까지 낮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은행들이 최근 가산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춘 것도 금융당국 때문이다. 지난달 갑작스럽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갑자기 '역주행'한 원인이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 때문임을 잘 아는 금융당국이 되레 해당 은행들을 꾸짖는 모습 자체가 어색할 뿐이다.
[금융부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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