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날로 교묘해지는 무자본 M&A
입력 2014-09-24 17:30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진 양 모씨(45) 등 2명은 2012년 인터넷 증권방송 진행자 고 모씨(38) 등과 짜고 코스닥 상장사 쓰리원 주가조작에 나섰다. 양씨가 쓰리원 주식을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맡긴 뒤 회사를 인수하면서 마치 자신의 자금으로 인수하는 것처럼 허위로 공시했다.
인수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고씨가 나서 "문제 없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이들 일당은 주가가 다시 상승하자 투자자들 몰래 지분을 팔아 9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자본 없이 돈을 빌려 회사를 인수하는 '무자본 인수ㆍ합병(M&A)'을 악용한 불공정거래 수법이 날로 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주동 세력이 개인이었다면 이제는 일반법인은 물론 특수목적법인(SPC), 인터넷 증권전문가 등도 동원되고 있다.
대부분 무자본 M&A 대상 기업 주가가 급등락을 보이거나 상장폐지 대상으로 전락해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이전 3년간 분석대상 기업 15곳 가운데 7곳이 최근까지 상장폐지됐거나 실질심사 중이다. 무자본 M&A 세력들이 시세조종, 횡령 등으로 벌어들인 부당이득 금액은 모두 1300억여 원으로 집계됐다. 대량 보유 등 공시의무 위반이 13건으로 대부분 사례에서 나타났고, 횡령ㆍ배임(10건), 부정거래(9건), 시세조종(5건)도 비교적 흔한 편이었다. 조치 대상자 신분은 개인이 166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일반법인(20곳), 인터넷 증권방송 진행자(2명), 회계사(2명) 등도 적발됐다.
금융당국은 '현금 보유액이 많은 반면 시가총액이 낮은 기업'이 주로 목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인수자들이 주식양수도 계약을 맺거나 피인수 기업 보유 자산을 담보로 차입한 다음 자산 횡령이나 시세조종 등을 통해 주식을 매각하는 패턴을 보였다. 시세조종 목적으로 인수된 기업은 사전 정보 유출 등으로 M&A 전 1개월 동안 평균 53% 급등했고 M&A 후에도 완만하게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 7월 말 기준 횡령 대상 기업 주가는 평균 87%, 차익취득 목적 기업 주가는 68% 폭락했다. 증발한 시가총액만 5000억원에 달했다.
[윤재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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