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동생 유학자금 달라" 철도비리 연루 17명 기소
입력 2014-09-24 15:34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 등 공공기관 전.현직 공직자들이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직무권한을 남용해 금품을 요구하거나 동생 유학자금 대납 등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지검 특수부는 2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등 혐의로 이모(51) 처장 등 전.현직 철도시설공단 직원 3명과 김모(48) 센터장 등 전.현직 코레일 직원 4명, 이모(48) 국토교통부 철도국 사무관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죄질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2명만 불구속 상태이고 이 처장과 김 센터장, 이 사무관 등 나머지 6명은 모두 구속 기소됐다.이들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업자 9명도 기소됐다.
이 처장은 지난해 1~4월 공사수주 편의를 봐준 대가로 통신설비 공사업자 3명이 보험설계사인 자신의 아내를 통해 월 납입료 230만~1000만원짜리 보험에 가입하게 해 수수료 3900만원을 챙기고 올해 초에는 다른 공사업자로부터 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공단에서 퇴직 후 설계감리업체에 취업한 김모(49.구속) 전 차장에게는 2008년부터 설계반영 등 대가로 통신설비 납품업자로부터 1억5000만원을 받아오던 중 2012~2013년 부품가격을 5배나 부풀린 설계서를 작성해 업자가 공단으로부터 대금명목으로 24억원을 챙길 수 있도록 해준 혐의가 적용됐다. 진모(48) 차장은 2011년 2~9월 통신설비 공사와 관련해 존재하지도 않는 미국 업체의 부품에 대한 검사를 한 것처럼 허위 보고서를 작성해주는 대가로 업자 3명으로부터 2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코레일의 김 센터장은 자신이 부품납품 편의를 봐준 업체에 자신의 동생이 2008년 3월 취업한 것처럼 가장한 뒤 2년 동안 동생의 유학경비 4750만원을 업자에게 부담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모(48) 차량사업소장은 2011년 7월 자신의 특허출원비용 1250만원을 업자가 대납케 하고 이듬해 1월에도 이 업자로부터 3200만원을 납품 편의 대가로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국토부의 이 사무관은 2012년 9~12월 코레일과 인천공항철도 등에 전기설비 부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업자에게 8400만원을 받아 챙기는 한편 조직개편안이나 예산안 등 공무상 비밀을 지금은 건설회사 부장으로 있는 전 코레일 직원 박모씨(49.불구속)씨에게 누설하고 200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퇴직한 전직 공무원들도 검찰에 적발됐다. 임모씨(59) 등 전직 공무원 3명은 충남도와 서산시, 서천군에서 건설이나 환경분야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뒤 현직 공무원들로부터 하천공사 발주계획을 빼내 업체에 넘겨주는 대가로 1인당 1억4000만~3억9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와 함께 과학기술부 서기관 등을 지내고 현재 생명공학 관련업체를 운영 중인 이모씨(52)는 허위 거래자료를 만들어 제출하는 수법으로 2009년부터 정부출연금 100억원 가운데 28억9000원을 횡령하고 올해 2월에는 장치 제조업자로부터 생산설비공사 참여기회를 제공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8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대전지검 홍기채 특수부장은 "공사나 납품업체에서는 퇴직공무원들과 연결되지 않으면 공사 참여 기회를 아예 갖지 못하는 등 불합리한 진입장벽 조성돼 뇌물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며 "검은 돈은 공사단가나 납품단가를 부풀려 나온 것으로, 전.현직 공무원들의 이런 비리로 인해 안전과 관련된 설비나 건물 공사에서 부실시공이 있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대전 =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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