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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 박태환, 쑨양 기자회견서 두 번 웃은 이유
입력 2014-09-24 10:18  | 수정 2014-09-24 10:21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이 지난 23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뒤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서민교 기자] 지난 23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 공식 기자회견장. 남자 자유형 400m 한‧중‧일 메달리스트들이 나란히 앉았다. 엄숙한 분위기. 동메달에 그친 박태환(25)도 어두운 표정이었다.
기자회견의 시작. 금메달을 차지한 쑨양(23‧중국)이 프레스 매니저의 안내에 따라 먼저 마이크를 잡고 우승 소감을 말하기 시작했다. 질문은 없었다. 오직 쑨양의 시간.
이때 박태환이 웃었다. 박태환은 쑨양의 인터뷰 도중 두 차례 웃음을 참지 못했다. 두 웃음의 의미가 달랐다.
첫 번째 웃음은 떠오르는 신예 하기노 고스케(20‧일본‧은메달)와 함께 했다. 조금은 당황스런 웃음이었다. 쑨양의 우승 소감이 길어도 너무 길었기 때문. 쑨양은 한 동안 마이크를 잡고 일장 연설을 하듯 말을 멈추지 않았다.
한국과 중국 통역들도 당황하기 시작했다. 쑨양의 소감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박태환이 먼저 하기노를 바라봤다. 역시 하기노도 같은 생각. 둘은 얼굴을 마주보며 ‘저 친구 왜 이렇게 길게 말하는 거야라는 듯 웃었다.
쑨양의 소감은 중국 통역과 프레스 매니저의 거쳐 중국어, 영어, 한국어로 통역됐다. 이후 드디어 차례가 돌아온 하기노와 박태환의 메달 소감은 짧고 간략했다. 결국 장거리 강자 쑨양의 장시간 소감으로 이날 기자회견은 시간 관계상 취재진의 질의 답 시간이 생략됐다.
박태환의 두 번째 웃음 역시 쑨양의 인터뷰 도중 터졌다. 이번 웃음은 좀 의미심장했다. 씁쓸한 미소였다.

쑨양은 소감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감사를 드리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특히 작년에 이런저런 일들로 힘든 일들이 정말 많았다. 그런데도 나를 믿고 끝까지 후원을 아끼지 않으신 스폰서 361에 정말 감사드린다.” 쑨양은 스폰서에 대한 감사 멘트를 여러 차례 했다. 이때 박태환이 쑨양을 슬쩍 본 뒤 피식 웃었다. ‘스폰서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이었다.
박태환의 한국 수영의 역사를 새로 쓴 영웅이다. 아시아와 세계를 놀라게 한 세계적인 수영 스타다. 수없이 많은 우승을 안겼다. 그러나 박태환은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스폰서 계약이 끊긴 뒤 열악한 환경에서 홀로 훈련을 했다. 몇몇 도움의 손길은 있었으나 든든한 후원은 없었다. 박태환이 쑨양의 ‘스폰서에 감사하다는 말을 듣고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태환은 올 시즌 차근차근 준비를 잘한 것에 비해 아시안게임 기록이 좋지 않아 많이 아쉽다.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하다. 부담이 컸고 힘이 들었다. 힘이 많이 부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박태환의 역영을 보며 큰 감동을 받고 많이 웃었다. 그런데 박태환은 이제 ‘미안하다고 한다. 쑨양을 바라보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 ‘잘한 박태환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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