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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AG] ‘한국 사이클 역사’ 조호성, 국대 23년 페달 멈췄다
입력 2014-09-23 19:22  | 수정 2014-09-23 22:30
[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김원익 기자] ‘한국 사이클의 전설 조호성(40·서울시청)이 태극마크를 달고 23년간 쉼없이 밟았던 페달을 멈췄다. 출전한 아시안게임만 5번. 메달 7개. 20여년간 한국 사이클의 역사 그 자체였던 조호성은 불혹을 넘겨 참여한 2014 아시안게임 사이클 트랙 남자 옴니엄 은메달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조호성은 23일 오전 인천국제벨로드롬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사이클 트랙 남자 옴니엄 종목 중 마지막으로 열린 40km 포인트레이스에서 38점을 얻었다. 앞선 중간합계까지 1위를 달렸던 조호성은 결국 총점 232점으로, 일본의 하시모토 에이야에 이은 2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 내내 선전했던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결과다. 이틀에 걸쳐 열린 옴니엄 종목에서 조호성은 경기 1일차인 전날 15㎞ 스크래치, 4㎞ 개인추발, 제외경기에서 총 114점을 획득하며 2위인 중국의 류하오를 6점차로 따돌리고 중간 합계 1위에 오르며 금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조호성은 이어 2일차인 이날에는 1㎞ 독주, 플라잉 1랩까지 선두를 유지했으나 40㎞ 포인트레이스에서 중간 정도 순위에 그쳐 하시모토에 금메달을 내줬다. 비록 은메달이지만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 다시 트랙으로 돌아와 얻은 메달. 그간의 성실함과 치열함이 모두 녹아 있는 값진 메달이다.
그간 조호성이 걸어온 길은 그야말로 한국 사이클의 역사와 동의어였다. 27년의 긴 여정이었다. 1992년 부천고 3학년 재학 시절 첫 태극마크를 단 이후 1999넌 세계선수권 동메달, 2000시드니 올림픽 4위의 성적을 올리며 세계정상을 꾸준히 노렸다. 그러다 2004년 경륜 선수로 전환한 이후에도 2005년부터 4년 연속 상금랭킹 1위를 차지하며 47연승의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리고 2008년 수억원대의 연봉을 포기하고 다시 아마추어로 돌아왔다. 트랙에 대한 열망, 그리고 꿈을 끝내 포기할 수 없었다. 조호성은 2010 광저우 대회서 성공적인 복귀를 알린 이후 2012 런던올림픽에 다시 도전했다. 하지만 아쉽게 11위에 그치며 세계정상에 끝내 서지 못했다.
이후 조호성은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다 은퇴 선언을 번복하고 돌아와 불혹을 넘긴 올해 41살의 나이에 다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굳이 은메달이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값진 노장의 투혼이다.

국가대표 23년 간, 5번의 아시안게임에 나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족적을 남겼다. 아시아에서는 적수가 없었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를 시작으로 1998년 방콕, 2002년 부산,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금메달 5개 포함 총 6개의 메달을 쓸어담았다. 특히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선 30㎞ 포인트레이스, 매디슨 두 종목을 석권해 2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조호성의 주 종목인 옴니엄과 그의 인생 궤적은 참 닮았다. 옴니엄은 중장단거리 기록경기 3개와, 속도를 놓고 선수끼리 경합하는 3개가 혼합된 사이클 트랙 종목이다. 스스로를 채찍질 하면서, 경쟁력을 잃지 않으며 묵묵하게 페달을 밟아야만 하는 종목이다. 뜨거움과 치열함이 있기에 가능했던 영광의 기록들이다.
이제 그런 옴니엄 종목에서 조호성을 볼 수 없지만 새로운 사이클 전설의 탄생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 하다. 조호성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도자로서 새 인생을 달린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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