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투자 않고 현금만 쌓는 상장사들
입력 2014-09-22 17:44  | 수정 2014-09-22 22:07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현금 쌓기'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기업이익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투자환경이 여전히 불투명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616개사의 상반기 말 유보율은 1092.9%로 지난해 말(1023.5%)보다 69.4%포인트 증가했다.
유보율이란 재무상태표의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의 합을 납입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이다. 유보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기업의 사내 자금 보유력이 높고, 재무구조가 우량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유보율이 높아진 것은 이익잉여금이 크게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상장사들이 기업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잉여금 상반기 총계는 556조8387억원으로 작년 하반기(534조4683억원)보다 4.2% 늘었다. 반면 주주들의 출자나 이자소득 등을 가리키는 자본잉여금은 지난해 말 124조565억원에서 122조9546억원으로 0.9% 감소했다. 자본금은 62조201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64조3426억원) 대비 3.3% 줄어들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의 유보율이 특히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총계가 1000억원을 넘은 440개 기업의 유보율은 1141.5%로 지난해 말보다 74.7%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00억원 초과, 1000억원 미만 기업 87개의 유보율은 269.5%로 지난해 말 대비 5.2%포인트 감소했다. 500억원 미만인 89개 기업의 유보율은 79.8%로 같은 기간 17.4%포인트 늘었다.
실제로 매일경제신문이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작년 하반기 말보다 올해 상반기에 유보율이 급격하게 높아진 기업을 분석한 결과 삼성화재(3만6284.55%) SK C&C(3만412.27%) 현대글로비스(1만3900.59%) 네이버(1만4168.20%) 등이 1~4위를 차지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삼성생명 자사주를 매각한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유보율이 올라갔다"며 "하반기 자사주 매입을 통해 다시 낮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1만6809.60%에서 1만7852.12%로, 현대자동차가 3463.47%에서 3657.83%로 높아지는 등 시가총액 상위 기업의 유보율도 대부분 상승했다. 삼성화재는 이익잉여금이 작년 말 5조586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5조9679억원까지 6.8% 늘어났다.
반면 자본금은 264억원으로 변동이 없었다. 현대글로비스도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이 2조653억원에서 2조3757억원으로 15.0% 늘어나는 동안, 자본금(187억원)과 자본잉여금(1536억원)은 변동이 없었다. 삼성전자 역시 이익잉여금이 148조60002억원에서 160조1889억원으로 늘어났다.
현대자동차는 이익잉여금이 48조2742억원에서 51조8542억원으로 늘어나는 동안 자본잉여금은 4조1306억원에서 4조1297억원으로 감소했고, 자본금은 변동이 없었다.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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