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박영선 "나를 죽이는 것 같다", 문재인의 좁아진 '운명'
입력 2014-09-15 13:41 
새정치민주연합의 외부영입 파동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박영선 원내대표의 사퇴요구가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입니다.

박 원내대표는 이에 맞서 탈당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들립니다.

박 원내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는 유승희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유승희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박영선 대표에 대한 사퇴요구는 중진들로 시작해서 초선까지 지속됐고 변함없는 상황이다. 당이 이 상황으로 지속되면 어렵겠다 해서 자연발생적으로 의견을 모아서 모이게 된 것이다.
(박영선 대표 탈당 검토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그리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어제부터 모임을 해서 합의한 내용에 대해서는 유효하고 지속된다."

CBS 보도를 보면, 박 원내대표는 초재선 의원들 중심으로 저렇게 물러가라고, 아니 아예 당을 떠나가라고 하는 것 같고 나를 죽이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내가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 쫓겨나는 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탈당 시점에 대해서는 '지금 탈당하면 당이 공중에 떠버리는 것이니 최선을 다 하려고 한다. 내가 탈당을 언급했으니 중진들이든, 나를 내쫓으려 하는 초재선 의원들이든 비대위원장 후보를 물색하면 그 때 그 분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나갈까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틀 정도 칩거하며 고민을 더 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대단히 충격적입니다.

원내대표직 사퇴 정도가 아니라 아예 탈당까지 한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그야말로 콩가루 당이 될 게 분명합니다.

원내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는 초재선 의원들 역시 박 원내대표가 탈당까지 하는 건 전혀 바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토록 박 원내대표가 강경하게 나온 걸까요?

서운했을 겁니다.

자신을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으로 떠밀던 그 의원들이 지금은 자신의 등 뒤에 비수를 꽂는 것이 서운했을 겁니다.

그리고 분명 이상돈 안경환 교수를 영입하기 전 상의를 했던 문재인 의원과 중진들이 마치 자신들은 동의해주지 않았던 것처럼 나오는 것이 서운했을 겁니다.

박 원내대표는 두 교수의 영입과 관련해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중진 몇 분과 상의했고, 동의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상돈 교수 역시 사전에 당 중진들과 교감이 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 인터뷰 : 이상도 / 중앙대 교수(오늘 MBN 출연)
- "(자신의 영입에 대해) 그런 기본적 공감대 있었고 다른 중진의원들도 최소한 한두명은 양해했던걸로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문재인 의원이 말한 것은 무엇일까요?

문 의원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처음에 이상돈 교수가 단독으로 비대위원장 내정된 것 처럼 외부에 알려지면서 보도됐고, 그 과정에서 이상돈 교수와 박영선 대표가 공동위원장 하는 듯한 오해가 생겨서 그에 대한 불만들이 겉잡을수 없이 표출된 것이고 그러고 난 이후에 공동위원장 방안 제시 됐지만 이미 상황 어려운 측면 있는거죠. 상당히 저로서도 그 방안 무산된것이 아쉽게 생각한다."

문 의원의 말은 처음부터 이상돈 교수를 단독으로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데 동의해 준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안경환 전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하고, 이상돈 교수는 비대위원쯤으로 생각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박영선 원내대표가 안-이 공동위원장으로 갈 것을 제안했고, 자신은 잠시 고민하던 중 반대 여론이 많아 공동위원장 카드를 접었다는 쪽으로 해석됩니다.

공동위원장 체제를 동의한 적이 없다는 것이죠.

그러나 문 의원이 이상돈 교수 영입에 동의한 것은 맞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이상돈 교수가 비대위원장으로 와서 저러는게 아닙니다.

비대위원장이든 비대위원이든 박근혜 정부의 일등 공신인 이상돈 교수가 당으로 들어오는 것 자체에 대해 화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문재인 의원은 영입파동에 책임이 있다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하나 일부 의원들이 문 의원에게 실망하는 것은 문 의원이 끝까지 박 원내대표의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문재인 의원은 박영선 원내대표 탈당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특히 이번엔 그 방안 자체에 대한 거부감 보다는 그런 방안이 제안되는 과정에서 충분히 공감을 얻지 못한 설득하지 못한 과정상의 문제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기에 그 때문에 탈당까지 이야기 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이 됩니다."

원내대표직을 내려 놓으라는 초재선 의원들의 요구와 달리 세월호법 처리와 정기국회까지는 박영선 체제로 가야한다는 입장에도 힘을 실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빨리 마무리 하고 그리곤 정기국회에 임해야 하는게 최우선적 과제 이지 않습니까. 거기에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쨋든 세월호 특별법 타결될떄 까지 논란들 미뤄질 필요가 있다는 건 지금도 변함도 없다."

여러 사람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니,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박영선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 합의도 그렇고, 외부인사 영입도 그렇고 사전에 당내 충분한 교감없이 서둘러 일을 처리했다는 겁니다.

어쩌면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약점으로 작용한 셈입니다.

둘째는 문재인 의원의 어정쩡한 태도가 혼란과 분열을 가져왔다는 겁니다.

이는 문재인 의원의 운명을 더 좁아지게 만들지 모릅니다.

지난 대선 후보였고, 차기 대선주자인 문 의원이 자신의 말과 행동이 어떤 정치적 파장을 가져올 지 조금 더 신중을 기했더라면 당의 혼란은 조금 줄었을지도 모릅니다.

새정치연합의 운명은 어찌될 지, 또 문재인 의원의 운명은 어찌될까요?

김형오의 시사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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