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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배우 세대 교체…드라마 新 ‘엄마 열전’
입력 2014-09-13 16:21 
사진=MBN스타 DB
[MBN스타 유지혜 기자] 브라운관 속 엄마 역할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방송에서는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이 은연 중 금기시 된다. 각 방송사의 드라마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배우가 출연하면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관행 때문에, 많은 배우들이 방송사 드라마가 겹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는다. 하지만, 이런 관행이 적용되지 않는 배우들이 있다. 중견 탤런트라고 불리는 40~50대 배우들과 관록의 노년 배우들이다.

각 드라마에 주인공의 엄마, 아빠 등 필요한 역할은 정해져 있지만, 이를 충족시킬 만큼 중견 탤런트의 수가 많지 않아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드라마의 겹치기 출연을 하고 있다. 이런 현상 때문에, 몇몇 연기자들이 드라마를 넘나들며 엄마 혹은 아빠로 출연 중이다. 이중 최근 새로운 얼굴들의 ‘엄마들이 드라마에 대거 등장, 새로운 엄마 열전이 브라운관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

김미경은 최근 여러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의 엄마로 대활약하고 있다. 전부터 엄마 역할로 얼굴을 내비치던 그는 tvN 금토드라마 ‘아홉수 소년과 지난 12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MBC 일일드라마 ‘소원을 말해봐에서 한꺼번에 등장해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아홉수 소년에서 김미경은 아홉수에 접어든 아들들과 남동생을 건사하는 엄마 구복자로 등장, 억척스러우면서도 가족을 끔찍이 생각하는 면모를 보인다. 때로는 아들들에게 거침없이 발길질을 하지만, 힘이 축 쳐져 집으로 돌아오는 아들들을 품안에 따뜻하게 안아주는 모습을 보여 친근하고 푸근한 엄마를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는 딸 지해수(공효진 분)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하는 무뚝뚝한 엄마로 등장했다. ‘소원을 말해봐에서는 친딸이 아니지만 자신의 곁을 지켜준 한소원(오지은 분)에 살가운 표현은 하지 못해도, 그의 꿈을 위해 자신의 요리 비법까지 전수하는 모정을 가진 이정숙으로 출연 중이다. 일주일 내내 각종 드라마에서 엄마로 등장하는 김미경은 드라마마다 색다른 엄마 모습을 표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이숙은 연극배우로 극단 활동에 전념하다 2010년 SBS 드라마 ‘제중원으로 본격적으로 브라운관에서 활동하기 시작했고, 그동안 엄마보다는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로 얼굴을 알렸다.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 등을 통해 냉정한 킹메이커로,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서 사회 정의에 눈먼 경찰 서장으로 등장했다. MBC 수목드라마 ‘야경꾼 일지에서도 그는 청수대비 역을 맡아 손자인 이린(정일우 분)을 궁궐에서 내쫓고 기산군(김흥수 분)을 왕으로 앉히는 등 권력을 위해 피붙이도 외면하는 냉혈한으로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다.

사진 제공=점프엔터테인먼트
이와 달리, KBS1 일일드라마 ‘고양이는 있다에서는 정이 넘쳐 오지랖까지 한강인 염치웅(현우 분)의 엄마 홍순자로 출연한다. 자린고비 남편 염병수(이재용 분)의 등살에 기 한 번 편 적 없지만, 푼수끼 넘치는 엄마로 염치웅의 모든 것에 응원을 마다 않는다. 캐릭터 스틸 컷만 봐도 입을 꼭 다물고 강렬한 눈빛을 쏘는 청수대비와 입을 크게 벌린 채 호탕한 웃음을 짓고 있는 홍순자의 성격이 극과 극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이숙은 동시에 두 드라마에서 전혀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소화하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차화연 또한 두 드라마에서 엄마로 출연했다. 그는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장재열(조인성 분), 장재범(양익준 분) 형제의 엄마이자, 해리성 기억상실증으로 남편의 살인 사건 현장을 지우고 살아가는 인물을 표현했다. 아픔을 잊은 얼굴로, 짜증을 부리며 폭언도 서슴지 않는 큰아들을 위해 된장찌개를 끓여놓고 기다리는 차화연의 모습은 애처로움까지 자아냈다. 하지만, ‘소원을 말해봐에서는 그룹의 후계자가 되겠다는 일념 하에, 며느리, 엄마, 홍보실장의 일까지 척척 해내는 야망녀 신혜란 역을 맡았다. 차화연은 두 드라마를 동시에 출연하며 폭 넓은 캐릭터 변신을 선보였다.

여러 드라마에 한꺼번에 출연하면서도 캐릭터마다의 색깔을 확연하게 드러내며 연륜을 뽐내고 있는 중견 탤런트들의 활약으로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비교하며 보는 재미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새롭게 ‘엄마 트로이카로 각광받고 있는 세 배우가 앞으로는 어떤 새로운 ‘엄마를 보여줄지, 또한 ‘엄마를 벗어나 어떤 모습의 중년 여성을 표현할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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